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초과수요/거짓신화(「고금리」 벽을 깨자:4)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초과수요/거짓신화(「고금리」 벽을 깨자:4)

입력
1993.12.06 00:00
0 0

◎투기노린 「악성수요」가 거품주 원인/고성장탓은 변명… 성항금리3.5% 한자리수 저금리는 실현불가능하다는것이 일반적인 상식처럼돼있다. 경제가 아직도 쑥쑥 자라는 성장단계에 있기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고 그 기대수익률도 높기 때문에 금리는 높을 수 밖에 없다는것이다. 돈을 빌릴 수만 있다면 누구나 두자리수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으니 자금수요는 항상 왕성할 수밖에 없고 아무리 돈을 풀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돈의 공급이 달리게 마련이라는것이다. 이른바 만성적인 자금의 초과 수요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두자리수 고공에 머문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경제를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 수십년간 군림해온 「초과수요의 거짓신화」다.

 금리 땅값 임금등 비용3고의 「고비용구조」를 깨버리고 싱싱한 건강성이 넘치는 저비용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초과수요의 거짓신화부터 깨야 한다.

 한국경제에서 자금수요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기업의 「생산적 수요」만 있는게 아니다. 엄청난 투기이득을 노리는 「악성 수요」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악성 자금수요는 땀흘리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데다 수익률도 훨씬 높기 때문에 생산적 자금수요보다도 시중돈을 빨아들이는 흡수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다. 백해무익한 악성수요와 기업의 생산적 수요를 함께 섞어서 자금수요로 계산하면 만성적인 초과수요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성장단계에서는 생산수요 때문에 만성적인 초과수요가 불가피하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투기적인 악성수요 때문에 초과수요가 발생하는것이다. 악성 투기수요가 방치되는 한 설사 성장률이 한자리수로 둔화되더라도 자금수요는 여전히 왕성, 초과수요상태가 된다. 투기병이 든 경제의 비정상적 수요인 이 악성수요가 바로 「밑빠진 독」격이다. 아무리 돈의 공급을 늘려도 자금수요는 무한정이다시피 된다. 지난 91년 부동산거래대금으로 1백12조7천억원(거래부동산에 과표현실화율 15.3%를 감안해 계산한것)이 투입된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총통화(M2) 연간공급액이 11조5천억원이었고 총통화 자체가 73조원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악성 자금수요의 위력을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초과수요의 진짜 허구는 다름아닌 악성 투기수요에 있다. 거대한 규모의 악성수요를 소멸시켜 버리고 나면 초과수요의 거짓신화는 금세 허물어져버리고 만다. 그런데도 악성수요의 소멸책은 찾지 않고 자금의 초과수요만을 한탄하면서 지내왔다. 그러는 사이에 숱한 중소기업들이 그나마 두자리수의 고금리자금조차 얻지 못해 자금난의 고통속에 쓰러져갔다. 

 투기적인 악성수요는 부동산실명제등 원천적인 투기봉쇄책으로 차단할때 비로소 사라질것이다. 악성수요가 소멸되고 나면 생산적 수요는 아무리 많아도 더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돈을 풀어도 생산으로 이어지면 「통화공급―고물가―고금리」의 악순환 대신 「통화공급―생산확대―저물가―저금리」의 선순환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올 2·4분기에 싱가포르의 경제는 10.1%의 두자리수 성장을 했다. 금리는 연3.5%에 불과하다. 좀더 멀리는 60년대의 일본과 독일, 70년대의 대만등이 한자리수 저금리에 두자리수 고성장을 달성했다. 모두 악성 투기수요가 차단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이상 『성장경제라서 초과수요 탓에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거짓신화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고금리를 방치하려 들지 말고 악성수요 소멸책을 마련, 생산의 주체인 기업들이 고금리의 굴레를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