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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바다 찬바람에 진노랑열매 알알이…/치자(꽃이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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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바다 찬바람에 진노랑열매 알알이…/치자(꽃이있는 삶)

입력
199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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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쪽 바닷가 3대 특산물로 유자 비자 치자를 든다. 초겨울 바닷가 추위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지금 적황색의 치자열매가 모양을 내고 있다. 새끼 석류나 실꾸리같이 봉곳한 주머니 모양이지만 그속에 자잘한 씨알이 가득하다.  이 씨알이 바로 황금색을 내는 물감이 된다.

 치자라면 천연향료나 염료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5∼6월에 피는 유백색 꽃과 짙고 맑은 향기를 더 친다.

 당대의 풍류객이었던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은 「고아한것은 매란국죽이요, 요염하고 아름다움은 모란 해당화, 청초한것은 옥잠 목련 치자」라고 했다.

 강희안은 양화소록에서 치자의 4가지 아름다움을 「꽃빛이 흰것이 첫째요, 향기가 맑은것이 둘째, 겨울에도 낙엽지지 않고 윤기나는 싱싱한 푸른잎이 셋째, 황금색 물감으로 쓰이는 열매가 넷째로 꽃중에 가장 고귀한것」이라고 극찬했다.

 술잔같이 생긴 열매가 나무에 달린것으로 보았다. 그래 잔 치(치)자에 나무 목자를 붙여 치자목이라 했다. 목단 림란 백옥화 월도 선지 황치화 륙치자 홍치화 등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일본서는 열매가 익어도 입을 벌리지 않아 입이 없다는 뜻으로 구치나시(무구)라 한다.

 잔치나 제사등 경사스런 일이나 지성스런 일에 선조들은 황금색을 내는 치자를 더욱 가까이 했다. 옷감이나 천에 색깔을 내는데는 물론이고 전이나 부침개등 먹거리에도 치자물을 들였다.

 화학염료보다 색깔이 더 맑다. 인체에 해는커녕 되레 약이 됐다.

 해열진정제 이뇨제, 황달병 소염제, 타박상에 잘 듣는다 했다. 열매를 까맣게 태워 술에 타마시면 어지럼증 가슴앓이에, 태운 가루를 감초가루에 섞으면 가래삭이는 약이 됐다.

 옛날엔 군량미의 변질을 막기 위해 쌀을 치자물에 담갔다 쪄서 저장했다.

 인도에서는 가옥의 목재를 갉아 먹는 흰개미의 피해를 막기 위해 치자물감으로 온집안을 노란색으로 칠했다.

 유럽은 열매를 맺지 않는 겹꽃의 치자를 더 좋아한다. 여자 친구가 생기면 겹치자꽃을 선물하는것이 풍습이 돼버렸다.

 산림경제에서는 치자꽃을 데치는등 나물을 만들어 먹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치자꽃 튀김이나 샐러드를 만들어 잊혀진 민속식을 되찾아 봄직하다.【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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