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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와 등용/박용배 본사통일문제연구소장(남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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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와 등용/박용배 본사통일문제연구소장(남과북)

입력
199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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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은 요즈음 「친애하는 지도자」를 수령에 버금가는 위치에 올리느라 바삐 돌아가고 있다. 11월10일자 「노동신문」2면에는 『위대한 영도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것은 우리 인민의 숭고한 풍모』라는 승재순의 글이 전면을 덮었다. 「김친지동」(김정일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운동권 약칭)은 「김위령」으로 바뀌고 있다. 급박한 국제정세 속에 이제는 「위대한 영도자」인 그를 따라야 한다는 칭송의 글은 1만2천자가 넘었다.

 이 글이 실린 때를 전후해 서울에서는 새 중국의 「두번째 황제」인 등소평의 막내딸 용여사가 11월12일 「나의 아버지 등소평」(상하권)의 한글 번역판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이 책의 첫장은 등소평이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강택민에게 넘기고 무관의 한 공산당원으로 은퇴하는 날의 스케치로 시작된다. 그날은 천안문사태가 마무리된 89년 11월9일이었다.

 그날 전국대표자대회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 결의문은 5백40여자의 짧은 것이다. 『등소평 동지는 우리나라의 각 민족들 모두가 인정하는 성망높은 「위대한 영도자」입니다. 당이 영도했던 혁명과 건설의 역사과정에서 그는 중요한 시기마다 탁월한 공헌을 했습니다』로 시작된다.

 등용은 1904년생인 아버지가 65년간 중국공산당원으로 일하며 총비서, 군사위 주석으로서 은퇴하면서 「위대한 영도자」의 칭호를 받은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위대한 영도자」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의 보배로운 정신적 재산」이라는 짧은 평가는 『조국과 당과 인민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과 모든노력을 바쳐온것에 대한 당과 인민의 숭고한 평가』라고 보고있다.

 등용은 『역사는 어디까지나 역사지 그 누구도 개작할 수 없다』는 원칙에서 아버지의 모든것을 증언과 실증을 통해 적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실사구시(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다)를 내세운 그 아버지에 그 딸답다.

 「나의 아버지 등소평」에는 그가 태어나 24년 중국공산당원이 되고 49년 새  중국을 건립해 서남국 제1서기가 되기까지 45년간의 긴 역사가 실려있다. 그후 은퇴까지 그는 탁월한 중국 연구가인 해리슨 솔즈베리(「새로운 황제들―모와 등시대의 중국」의 저자 93년7월 사망)에 의해 새 중국의 「두번째 황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딸이나 당 인민이 준 찬사는 「위대한 영도자」에 그쳐 있다.

 도대체 영도자란 공산주의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것인가. 북의 「조선말 대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제1해의는 『혁명과 건설을 영도하며 인민대중을 승리에로 이끌어 가는 사람』이다. 제2해의는 『당이 정치, 경제, 문화등 사회생활의 모든 부문에 걸쳐 인민대중을 영도한다는 뜻에서 당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북에서 지도자를 영도자로 끌어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65년간을 게릴라 대장에서 당중앙의 자리에 올라 경제건설, 현대화, 개방, 개혁에 몸바친 89세의 노인에게 어렵게 바친 영도자의 칭호를 51세의 지도자가 가볍게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의 아버지」을 읽으며 느끼는 의문이었다.

 더욱 큰 의문도 있다. 수령이 지난해 4월27일자 「로동신문」에 실은 50세 생일을 맞는 지도자에게 준 송시다. 『…광명성 탄생하여 어느덧 쉰돐인가, 문무충효 겸비하니 모두다 우러르네. 만민이 칭송하는 그마음 한결같아 우렁찬 환호소리 하늘 땅을 뒤흔든다』는 내용의 이 시는 세계에 유일한 아버지의 아들 칭송이다. 영도자가 되기에 무엇이 부족해서 잇따른 칭송의 글들이 튀어나오는 것일까.

 북은 확실히 지도자에 대해 무언가 불안한 상태에 있는것 같다. 원수로 인민군 최고사령관, 국방위원회 위원장, 중앙위원회 당사업전반담당비서, 정치국 상무위원인 지도자를 더 높게 떠받드는것은 어쩐지 지도자의 다리가 흔들거리기 때문이 아닐까.

 지도자가 「로동신문」의 평가처럼 『비범한 예지와 세련된 영도력, 한없이 겸손하고 고매하신 덕성을 지니신 참다운 인민의 영도자』라면 왜 떠들고 받드는 것일까.

 지도자에게 이런 의문을 풀어줄 길이 있다. 빨리 등용여사를 평양으로 초청해 아버지수령의 칭송을 받지않고 제다리로 설수있는 지도자가 되기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역사는 어떻게 기술해야 하며 중국이 가고 있는 현대화와 경제건설의 실천방안은 어떤 것인가 물어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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