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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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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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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생이나 치유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최신의학의 연명장치에 의존하여 명맥만을 이어가는 삶을 흔히들 죽음보다 못한 삶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아무런 의식도 없이 생물학적으로 심장박동과 호흡만을 반복하는 식물인간도 있고 의식은 있으나 견딜수 없는 단말마의 고통에 시달리는 말기환자도 있다. ◆첨단연명의술의 발달에 따라 죽음보다 못한 삶에 대한 대처방안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안락사는 말기환자가 겪는 단말마의 고통에 초점을 맞춘것이고 존엄사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처참한 형상에 초점을 맞춘것이나 의미없는 단순한 연명보다는 차라리 죽음이 낫다는 죽음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안락사와 존엄사는 의사의 단명시술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세계 어디서도 의사의 단명시술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말기환자의 고통을 지켜보다 못해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단명시술을 했던 의사가 호된 회오리에 휘말린 적이 몇차례 있었다. 미국의 잭 케보키안이란 의사는 자살기계를 고안하여 말기환자 20명의 자살을 도왔다가 의사면허를 취소당하고 재판을 받고 있다. ◆2년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안락사허용여부가 주민투표에 부쳐졌으나 52%대 48%로 부결되기도 했다. 지난주 네덜란드상원은 의사의 단명시술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37대 34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이미 하원에서 통과되었고 정부의 공포절차를 거쳐 94년부터 발효되면 네덜란드는 지구상에서 의사의 단명시술권을 공인하는 최초의 국가가 된다. ◆네덜란드의회가 이 법을 제정하기에 이른것은 실태조사결과 한해에 2천건 이상의 단명시술이 행해지며 의사의 자살방조도 4백건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져 죽음보다 못한 삶에 대한 대처방안을 새롭게 강구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앞으로 몇나라가 네덜란드의 선례를 뒤따를지 주목되지만 죽음보다 못한 삶의 대처야말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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