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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박/곡물계량기역… 이면엔 삶의 고달픔도(한국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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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박/곡물계량기역… 이면엔 삶의 고달픔도(한국의 미)

입력
199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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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복잡한 수를 헤아리고 무게와 양을 셈하는것은 지혜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 셈법과 계량법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정확해졌고 그에 따라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도량형의 발달이 꼭 행복을 가져다 준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힘이 센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의 생산물을 빼앗는데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했다. 여러 모습의 조선후기 됫박들을 보면 그 실상을 상상할 수 있다.

 농민들은 쌀과 콩등 생산물로 세금을 냈다. 세금 액수만큼 곡식을 납부했지만 언제나 정해진 분량보다 많았던 까닭에 원성이 일었다. 말과 되를 고봉으로 담았을 뿐 아니라 아래가 넓고 위가 좁은 되와 말을 만들어 쓰곤 했다. 겉으로 보기에 수북이 담으면 흘러 내려 양심적인 양 위장도 된다.

 이 됫박들은 윗부분의 입구를 좁혀놓은 세금 수납용이 틀림 없다. 겉면에 지방관의 수결(수결=사인)이 둘씩이나 새겨 있다. 분량이 틀림없는것이니 이 됫박으로 세금을 받을때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바가지 모양의 작은것은 홉을 재는 용기이다. 나무를 움푹 깎아내서 귀엽고 앙증스럽게 만들었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서 됫박과 말은 여러 형태를 만들어 썼다. 각기 내력이 많이 담긴 옛 곡식그릇들이다. 조선후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최성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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