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을 단장으로하는 정부고위사절단이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있는 유럽의 브뤼셀, 제네바등지에서 EC, 미국측과 접촉을 하고있다. 허장관등 정부사절단은 3일 르네 슈타이헨 EC농업담당집행위원과 만나 「쌀시장개방불가」의 입장을 설명하고 EC측의 협조를 요청했으나 그로부터 『EC의 입장은 농산물의 예외없는 관세화에 있으며 또한 쌀문제에 관한한 일본과 한국을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입장표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슈타이헨집행위원은 지극히 원칙적인 자세를 재확인해준것이다. 정부대표단으로서는 미국대표들과의 회담에 앞서 미국의 입장탐색과 EC의 양해등 EC측의 협력을 구한다는것이 오히려 EC측의 경직된 입장만 사실상 통고받은것이다. 말하자면 혹을 떼러갔다가 혹을 붙인격이 됐다.
허장관등 정부사절단은 장소를 제네바로 옮겨 4일 마이크 애스피 미농무장관을 만난뒤 7일 상오11시(한국시간 하오7시) 미키 캔터미무역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정부측은 미캔터대표와의 회담에 앞서 늦어도 6일까지 쌀개방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캔터대표와의 회담이 끝난뒤 7∼8일께 대국민발표를 할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으로서는 허·캔터회담이 이번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의 쌀과 관련한 회담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허·캔터회담이 쉬운 협상이 될것으로 보지 않는다. 미키 캔터미무역대표가 슈타이헨EC농업담당집행위원과 대동소이한 입장을 펼것으로 본다. 정부측은 이미 쌀개방문제와 관련하여 「시장개방절대불가」에서 「조건부개방」으로 방향선회를 분명하게 시사했다. 정부는 일본이 미국측과 합의한것으로 알려진 조건(관세유예6년, 유예기간중 최소시장접근 첫해 4%수입 마지막해 8%)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타개하는데에만 역점을 두게 될지 모르는것이다. 슈타이헨EC농업담당집행위원이 『한·일간에 격차를 둘 수 없다』한것은 바로 우리측의 이러한 계획을 사전차단하려는 책략적 발언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한다는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싶다. 정부대표단이 상당한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다는것을 우리는 알고있다. 「쌀시장개방불가」가 「불가」하다고 미리 체념, 위축되지 말아야한다. 김수환추기경의 기자회견 발언대로 『정부와 국민 모두가 쌀수입개방을 저지할 수 있는데까지 저지하도록 노력』해야한다.
미국과 마지막담판을 앞둔 현시점에서 우선 시급한것은 대국민설득보다는 대미국설득이다.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는 신뢰를 준다면 농민등 국민들은 정부의 협상결과를 수용하게될것이다. 우리는 아직 농산물에 관한 미·일, 미·EC의 협상내용을 모르고있다. 결정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우리가 얼마나 무방비상태였는가가 극명해진다.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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