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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개방 위기를 기회로/황상진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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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개방 위기를 기회로/황상진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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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10일. 오는 15일 UR타결시한이 임박하면서 쌀시장개방문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주당등 야당과 농민 시민 재야단체등 1백89개 단체는 3일 서울노총회관에서 「쌀및 기초농산물 수입개방저지 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 쌀시장개방 저지 총력전에 나섰다.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등 협상대표단도 브뤼셀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키기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브뤼셀에서 전해오는 소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정부방침도 그간의 「개방불가」에서 하루아침에 「개방불가피」로 급선회하고있다. 허탈감에 빠진 농민들은 울분을 삭이지 못한채 볏가마를 태우는등 시위를 벌이거나 목숨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87년 UR협상이 본격화한 이후 7년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수수방관한 정부의 무사안일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또 바로 며칠 전까지 절대 개방불가를 외치던 정부가 입장을 번복, 개방불가피 의사를 내비치는 데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UR협상추세를 모를리 없는 정부가 끝까지 농민을 기만해 온데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3일 열린 한국가톨릭농민회의 발표내용은 의미심장하다. 농민단체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가농의 농민들이 깊은 고뇌속에 현 시점에서 정부와 국민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나름대로 솔직하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가농은 쌀시장개방저지의 대원칙은 지켜나가되 이번 사태로 어려운 농촌현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결집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농업을 되살릴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 일대 농업대개혁운동을 일으키자고 정부와 국민에게 촉구했다. 가농은 국제화 개방화시대에 우리 농산물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국형농업발전모형개발 및 교육기관의 지방분산유치, 분산된 농업담당 정부기구의 기능통합등 다양한 현실적 의견을 제시했다.

 쌀개방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시련을 오히려 위기에 처한 우리농촌을 되살릴 수 있는 호기로 삼아야 한다는것이다. 쌀개방반대의 몸부림속에서도 냉철하게 중지를 모아 우리 생명의 터전이자 삶의 근원인 농촌을 구해내는데 힘을 모아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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