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설속 덕목계승 의견도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났다…」
60년대말에서 80년대까지 초중고교를 다닌 사람들은 아직도 장문의 국민교육헌장을 외울 수 있다.
제3공화국 정부는 지난68년 12월5일 국민의식개혁차원에서 이 헌장을 선포하고 공무원 학생등 전국민이 의무적으로 암송토록했다.
국민교육헌장독본이란 교과서가 나왔고 헌장속에 담긴 이념구현을 위해 별도교육도 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15분이나 걸리는 노래까지 부르게 했다.
각급학교 교과서 첫장에는 어김없이 헌장이 자리잡았고 학교조회때면 전교생이 한목소리로 외웠다.
군대에서도 제대로 암송하지 못하면 외출·외박을 나가지 못했다.
마치 국민의 행동규범처럼 떠받들어지던 헌장이 4반세기만에 폐지위기에 몰린채 5일로 선포 25주년을 맞는다.
6일에는 기념식도 갖고 유공자에 대한 포상도 여전히 행해진다.
그러나 교육부는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지난 7월 오병문장관이 밝힌 폐지검토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중 각계의견을 들어 폐지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하고 전문가들에게 이에 대한 연구를 의뢰해 놓았다.
국민교육헌장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몇해전부터 국회등에서 강하게 제기돼왔다. 헌장은 군사정권의 산물로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다는것이다. 특히 문민정부들어서는 소위「국가주의의 표본」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졌다.
그러나 교육계의 일부의견은 다르다. 헌장은 개인·사회·국가의 덕목을 제시하고있어 교육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교육헌장은 굳이 폐지를 공식화하지 않아도 이미 그 존재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기념식만 보아도 금석지감이 있다.
선포후 몇해동안은 대통령이 참석하던 전국규모의 대행사였으나 이제는 교육부가 주관할만큼 초라해졌다.
81년 4차 교육과정개정때부터 헌장은 꼬리를 감추기 시작하다가 4년전부터는 초중고 교과서에서조차 사라졌다.
이제는 학생들이 긴 헌장을 외울 수도, 외울 필요도 없다.
그렇더라도 그안에 담긴 국민교육정신은 세계가 개방화로 치닫는 오늘에야말로 국적있는 교육구현을 위해 어디에든 담아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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