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기법·자료·컴퓨터활용 확산/지난해 개방이후 저PER·저PBR붐이 불 붙여/정착 위해선 회계정보·공시 보다 신속·정확해야 루머와 감에 의존하던 주식시장에 「과학화바람」이 불고 있다. 막연하고 근거없는 소문이나 억측보다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기법, 또는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이다. 이같은 과학화바람은 올들어 증권계에 본격적으로 확산, 새로운 투자풍속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종목이 오릅니다. 나는 믿습니다』 『확실한 정보예요. 돈 있는대로 다 사세요』등 소신파나 루머파는 퇴조하고 대신 『이제는 PBR보다는 PCR가 투자척도로 중요하다』 『포트폴리오로 투자를 하는게 좋겠다』같이 요목조목 따지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투자유망종목을 발굴하는 새로운 「틀」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종류는 크게 3가지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매출비율(PSR) 주가현금비율(PCR) 같이 순익 순자산 매출액등 기업재무제표를 활용한 방식과 「바라모델」 「프리즘」 「동양타임즈」등 현대 포트폴리오이론을 컴퓨터에 접맥한 방식을 들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과거 주가흐름을 분석,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기법인데 「기술적분석」이라고 불린다. 「주가는 마치 물흐르듯이 상승5파와 하락3파를 끊임없이 탄다」는 미국인 회계사 엘리어트의 「엘리어트파동」이나 일본 노무라(야촌)증권이 79년에 개발한 「소나차트」, 값이 오른 종목수에서 내린 종목수를 뺀「등락종목수선(ADR)」, 종합주가지수변동치와 개별종목의 변동치를 비교한 「베타계수」등이 대표적이다.
과학화선풍을 몰고온 주역은 지난해 증권시장개방과 함께 국내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외국인투자자들이다. 국내주식시장에 어둡다는 절대적인 약점에도 불구, 지난해「저PER붐」(태광산업이나 이동통신처럼 순이익규모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이 대폭 오른것)을 주도하며 상당한 투자이익을 올렸다. 또 실명제이후의 「저PBR붐」(성창기업 만호제강처럼 기업보유자산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소위 「자산주」주가가 오르는것)도 주식투자자의 과학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현재 국내투자자들이 활용하고 있는 최선진기법은 바라모델과 프리즘 동양타임즈같은 투자모델이다. 선진 주식시장도 기술적분석▦회계분석▦포트폴리오이론 적용순으로 발전해왔다. 이들 투자모델은 현대 포트폴리오이론을 컴퓨터와 접목, 최적의 투자종목을 빠르고 손쉽게 찾아낸다. 바라모델은 세계적인 투자모델개발회사인 바라사의 모델을 한국형으로 변형한것인데 지난7월부터 대우증권 동서증권 외환은행등 7개사가 가동에 들어갔고 프리즘은 한국투자신탁이 1년4개월만에 자체개발해 지난여름부터 사용하고 있다. 동양타임즈 역시 컴퓨터가 종목선정이나 매매시점결정 또는 포트폴리오관리등을 지원하는 컴퓨터주식투자시스템이다.
포트폴리오이론은 노벨경제학수상자인 미국의 마코위츠교수가 52년 「포트폴리오의 선택」이란 논문을 발표한 이래 주요선진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투자이론. 핵심은 『투자를 하면 이익을 남길 수도 있지만 손해볼 위험도 반드시 따른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산투자하자』는것이다. 바라모델의 경우 기업규모 투자성과 내재가치 기업성장성 부채위험 수출비중 노동집약도 금리민감도 부채위험등 12가지를 이익과 위험을 좌우하는 변수로 사용하고 있다.
증권분석가인 엄길청씨는 『불과 지난해만 해도 「이익을 남을 종목을 찍어달라」는 투자자가 많았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일반투자자들까지 금리 환율 물가등 다양한 경제지표를 투자지표로 삼는등 우리 주식시장도 투기대상에서 합리적인 「투자의 장」으로 선진화하고 있는것같다』며 『과학화바람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회계정보와 공시가 보다 정확하고 신속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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