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에서 「가장 좋은 나이」는 언제일까. 우리는 흔히 20대전후의 젊은 시절을 가장 좋은때라고 말하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는것을 깨닫게 된다. 20대·30대…70대·80대가 각기 아름다울수 있고, 그 나이가 되기전에는 짐작할수 없었던 충만한 느낌을 맛보기도 한다. 내가 스물한두살일때부터 「미스장」이라고 불러주는 좋은 선배들이 몇분 있는데, 그들은 언제나 나에게 『좋은 나이야. 나도 미스장 나이였으면 좋겠네』라고 부러워하곤 한다. 선배들은 30대에도 40대에도 50대에도 내가 좋은 나이라고 말했다. 어느새 나이를 이렇게 먹었나, 하고 기분이 저조해졌다가도 선배들을 만나면 나는 기운을 차린다. 선배들속에 있는한 나는 늘 「젊은이」다.
그 선배들은 나보다 10년정도 나이가 많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5년, 10년쯤 나이가 적은 사람들에게 특히 『좋은 나이구나』라는 실감을 갖는것 같다. 나도 그렇다. 40대정도의 후배들을 보면서 『좋은 나이니까 일많이 해』라는 말을 하게될때가 있다.
한 친구가 지하철에서 할아버지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랍기도하고 우습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노인이 『그사람 나이가 몇인가』라고 묻고, 다른 노인이 『아마 칠십일거야』라고 대답했는데, 먼저 나이를 묻던 노인이 『좋은 나이구만』하더라는 것이다. 칠십을 「좋은 나이」라고 말하는 그 할아버지들은 아마 팔십쯤 되신 모양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91년 생명표」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1.57세(남자 67.66세 여자 75.67세)로 50년대말의 평균수명 52.39세(남 51.12 여 53.73)에 비해 무려 20여년이 길어졌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일본(남76 여82) 스웨덴(남74 여80)등의 장수국들과 큰 차이가 나고, 대만(남71 여76)보다는 약간 낮다.
한국인들이 점점 더 오래 살게될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래살게되는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노년의 삶이 어떨지 상상하는것은 두려운 일이다. 노년이 자꾸만 길어지는것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부담스러울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70세, 80세에도 생산적으로,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것은 우리 모두의 중요한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날은 밝고 노년은 어둡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모든 나이가 나름대로 좋았다는것을 인정해야 한다. 노년에는 체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으나, 인생을 관조하는 평화와 여유가 있다. 어떤 마음으로 생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60·70·80이 모두 「가장 좋은 나이」가 될 수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질수록 더욱 적극적인 설계와 준비가 필요하다. 대책없이 노년을 맞기에는 노년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나이들수록 우리는 풍요해질수 있다. 인생의 고개마다 그 어떤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고개를 넘고 넘으며 우리는 불행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을 얻게된다. 우리의 나이는 언제나 좋은 나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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