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장 비협조·조기시도 못한것도 원인 날치기의 실패. 십수년전의 국회 속기록을 뒤져봐도, 2일밤처럼 여당의 본회의 날치기 시도가 실패한 예는 찾기힘들다.
예산안처리의 모양은 두고봐야겠지만 이 실패는 두고두고 민자당을 괴롭힐것같다. 실패 자체보다는 실패의 원인이 민자당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기때문이다. 민자당은 애써 언급을 피하고있지만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하고있는듯하다.
작전과 지도력·조직력부재, 이만섭의장의 사회거부 그리고 시간부족등이 민자당주변에서 거론되는 실패의 원인들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3당합당이래 민자당이 안고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내재돼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지적되는게 지도력과 응집력의 부족이다. 황락주부의장이 민주당의원들에 밀릴 때, 힘을 다하는 민자당의원들은 돌파조인 이성호수석부총무 이재명 구창림 구천서 송영진 김범명의원과 민주계의원 몇몇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민정·공화계는 「강 건너 불 구경」이었다. 날치기실패후 민주당의원들이『김영삼독재 물러가라』고 비난을 퍼부어도 민자당의석은 조용했다.
이같은 현상은 예결위의 날치기때도 나타났다. 김중위예결위원장은 예결위회의장에 들어가려다 민주당의원들에 일방적으로 밀리자 『우리당 의원은 없느냐』고 외치기까지 했다. 민자당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것이다.
『민자당에는 계파간 이질감이 엄존하고있다』는 지적이 나오는것은 당연하다. 한 중진의원은 『뛰는 민주계, 외면하는 민정계라는 그림을 보며 불현듯 물갈이 정계개편이 떠올랐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날치기실패가 남긴 정치적 시사점이 적지않은 분위기다.
이와함께 날치기시도가 너무 늦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민자당이 황부의장을 앞세우고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한 시간이 11시20분. 법정시한을 40분 앞두고 날치기가 시도됐다. 황부의장실에서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문에서 격돌한뒤(15분)다시 회의장안에 들어간 시간이 11시37분. 민주당의 거센 저항으로 밀려난 시간은 11시41분으로 시한내에 재차 시도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지도부가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이 나오고있다. 『명분 잃고 실리도 잃고…』라는 자조까지 들리고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날치기의 조기시도가 불가능했던 측면도 있다. 예결위의 예산안처리가 10시17분에야 이루어졌고 그때까지 세법과 추곡수매안이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한 상태였다. 민자당은 농림수산위 재무위 예결위의 날치기곤욕을 피하기위해 「의장직권으로 안건을 본회의에 회부할수 있다」는 국회법85조2항을 동원하려했으나 이의장은 완강했다.
이의장의 날치기사회 거부는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김영구총무가 10시35분께 이의장을 방문, 날치기의 악역을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이의장의 답은 악역에 대해선 『노(NO)』였으나 황부의장에 대한 사회권이양은 숙고끝에 허락했다.
당직자들은『의장이 협조만 했더라면…』이라고 이의장의 비협조를 섭섭해하고있다.【이영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