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아니다”… 민자 다음날 재요청에 순응 날치기로 얼룩진 국회파행의 이면에는 본회의 사회권의 위임과 회복이라는 보기드문 일이 함께 벌어졌다. 본회의 사회권이 이만섭국회의장과 황락주부의장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간단치않은 사정이 얽혀있다.
본회의 사회문제가 본격적인 관심사로 대두된것은 날치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2일하오부터. 그리고 3일 이의장은 또다시 의사봉을 쥐느냐를 결정해야할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됐다. 결론은 전날에는 「불가」였지만 이날은 정반대로 「수용」이었다.
먼저 2일의 상황. 이의장은 저녁10시40분께부터 12시까지 자신의 권한인 본회의 사회권을 같은당의 황락주부의장에게 위임했다. 여당의 집요한 설득과 요청의 결과였다. 여당은 이날 하오 농림수산 재무위의 날치기를 강행한뒤 본회의에서의 날치기 완결을 위해 계속 이의장의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이의장은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민자당원의 의무도 있지만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중립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이에대해 민자당관계자들은『대통령의 지명으로 의장에 임명됐으므로 국가운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일 경우 이의장이 여당의 입장에서 일을 처리해 줘야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의장이 강행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자 김영구민자총무는 여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된 저녁10시35분께 이의장을 방문, 사회권의 위임을 요청했다. 이의장도 이때에는 민자당의 「절박한」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곧 김태식민주총무를 불러 김민자총무와 3자대면한 자리에서 『나를 의장으로 지명해준 김영삼대통령과의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고 변칙처리는 할수 없다는 소신도 견지하는 한편 국회의 운영을 위해 사회권을 황부의장에게 위임한다』고 선언했다. 이러자 이번에는 민주당측이 『날치기를 안한다면 사회권도 위임하지 말아야 되는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해서 황부의장은 심야날치기를 시도할수 있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이에따라 3일의 새로운 상황이 전개됐다. 김민자총무는 상오에 이의장에게 본회의사회를 맡아 주기를 요청했다. 3일에라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민자당은 다시 이의장에게 SOS를 칠 수밖에 없었다. 이의장은 전날과 달리 이날에는 비교적 순순히 민자당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국회의 파행상태를 계속 방관하는 것은 국회의장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는 이유에서였다는게 의장실측의 설명이다. 날치기는 절대로 할수없다는 전제가 여전히 붙어있음은 물론이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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