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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협상 뒷북치기/이백만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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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협상 뒷북치기/이백만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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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을 단장으로 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정부대표단이 2일 브뤼셀로 떠났다. 말이 협상대표단이지 「쌀사수 특공대」다. 허장관은 이날 출국에 앞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이 한몸 바쳐 협상에 임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피력했다. 이번 협상대표단 파견과정을 보면 찜찜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정부의 「쌀사수」의지와는 별도로 정부당국자들이 아직도 UR의 실체도 잘 모르면서 경제의 국제화를 외쳐왔지 않았나 의심스럽다.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국제화가 아니라 순전히 대내용의 얼치기 국제화를 국민들에게 주입시켜 온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로 UR협상이 본격 시작된 1일에야 협상대표단파견을 결정했다. 누구를 어디서 만난다는 구체적인 일정도 없이 정해졌다. 허장관일행은 김포공항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쌀협상의 상대주역인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USTR)대표와의 협상일정을 잡지 못했다. 정처없는 「무작정 출장」의 길을 떠난것이다. 미국은 지금 UR타결의 실마리를 쥐고있는 EC(유럽공동체)와의 농산물협상을 브뤼셀에서 벌이고있다. 미국이 충분한 사전약속도 없이 찾아온 우리 대표단에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브뤼셀 현지에서는 『웬 한국대표단이냐』는 반응이라고 한다.

 정부는 불과 몇달전에 신농정의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특별히 국제화전략회의를 가진 바 있다. 무슨 배짱인지 그때까지만 해도 쌀개방은 남의 문제로만 여겼다. 일본은 그때 바로 미국과 막후에서 쌀협상을 마무리짓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영락없는 「우물안의 개구리」다. UR협상이 본격화되기 전에 손을 털어버린 일본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정부는 『우는 아이 젖준다』는 식으로 쌀협상을 벌일 요량이지만 과연 통할지 걱정된다.

 우리정부는 쌀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질지 정말 몰라서 「우물」안에 웅크리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UR이후가 더 걱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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