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구호를 외치는 젊은이들이 「로마」갑옷을 입은 역시 우리 젊은이들에게 돌멩이와 화염병을 마구 던진다. 경찰버스들이 화염에 휩싸인다. 경찰은 실정법 위반이라며 수사를 다짐하고 있고, 관계 장관들은 근엄한 얼굴로 폭력에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임을 경고한다. 마치 지난날의 자료화면을 보는 듯하다. 지난날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일까? 비록 소수에 불과하다지만 우리의 미래를 짊어져야할 젊은이들 중 단 한명이라도 지난날의 허상에 매달려 그의 젊음을 이런 식으로 내던지고 있다면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젊은이들이 보기에 우리 사회는 정녕 그들의 몸과 마음을 기탁하고 앞장서서 가꾸어 나갈만한 가치가 없는 것인가? 이들에게 있어서 우리 사회가 제시하는 미래상이란 주체사상이라는 껄렁한 이데올로기가 보여주는 그것보다도 더 껄렁한 것인가?
그런데 더욱 더 안타까운 일은 폭력시위에 대한 문민정부의 대응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대응방식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적행위」라는 엄포를 놓고, 폭력에 대해서 물리적으로 다스리고자 한다. 이들 젊은이들이 이데올로기적 허상을 기꺼이 버리고, 이들의 열정과 사랑을 끌어모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미래상은 없을까?
이것은 물론 정부만의 일은 분명 아니다. 특히 5년제 단임 대통령의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적어도 그 방향은 분명히 보여야 한다. 부정부패는 왜 척결되어야 하나? 경제는 왜 활성화되어야 하나? 국가 기강은 왜 바로 세워야 하나? 이것들은 모두가 수단적 목표들이다. 우리가 이 땅 위에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모습을 한 사회이기에 이러한 어려운 일들을 자임하고 나서야 하나?
그것의 실현을 위하여 우리 모두가 신명나게 일할 수 있고, 특히 우리 사회에 마음을 못 붙이고 있는 젊은이들의 정열과 사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미래상의 정립을 위하여 우리 모두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오늘날 인류사회가 문명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만이 아니고, 우리는 21세기의 한 가운데에 우뚝 서고자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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