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땐 폭로 등 파문확산 가능성”/인사계획 큰폭손질 불가피할듯/경리·관리부서 위상도 재검토 한화그룹 김승연회장이 전격 구속된데 따른 파장이 재계의 인사쪽으로 잔잔하게 확산되고 있다. 재계는 김회장 구속의 기폭제가 된것은 비자금의 불법 실명전환이고 이같은 불법사실은 내부고발자(휘슬블로어)에 의해 외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이달 중순을 전후해 대대적인 인사를 계획하고 이미 작업에 착수한 주요그룹들은 기업의 비자금담당자들을 홀대하는 방향의 인사는 아닌지를 다시 살피는등 적지않은 고민에 빠졌다.
각 그룹들이 경리나 관리부서등 비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와 관계자들에 대한 인사작업을 재검토하기 시작한것은 김회장에 대한 수사가 외화밀반출에다가 비자금의 불법 실명전환쪽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국세청까지 기업의 비자금조성 및 은닉여부를 중점조사할것으로 알려지고 있기때문이다. 재계는 한화그룹의 비자금 조성경로와 탈법운영사실이 검찰에 의해 밝혀지고 국세청이 비자금부분을 집중추적할 경우 재계 전체가 「비자금 파문」에 휩싸일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 실명전환기간에 대부분 대기업들이 비자금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있어 재계가 자칫 엄청난 회오리에 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는 비자금의 조성이나 운용상황, 돈세탁 과정, 실명전환등 상세한 기업비밀은 담당자 이외에는 전혀 알 수 없는것으로 보고 이들 기업의 비자금 담당부서와 관계자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S그룹 관계자는 『은밀하게 처리될 수밖에 없는 비자금관련 비밀들이 외부로 유출되는것은 내부관계자를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우려되는 비자금 회오리를 피하는 1차적인 대응은 이들에 대한 인사상의 불이익을 최소화시키고 오히려 올 인사에서 이들을 우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K그룹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기업의 비자금 실명전환과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것 같다』며 『경리나 관리부서의 위상이 그룹차원에서 새롭게 검토되고 있으며 이같은 검토는 연말 인사에 반영될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주요그룹중 임원인사를 마친 그룹은 삼성뿐이다. 이달 중순께 임원인사를 단행할 대우그룹이나 현대 럭키금성 선경 쌍롱등은 물론이고 부·과장등 후속인사를 단행할 삼성도 고민은 마찬가지인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요 그룹들은 불투명한 경영여건을 반영해 올 인사를 예년보다 큰 폭으로 계획했으나 기업주의 위장주식을 차명 분산한 임직원과 비자금담당 관계자들에 대한 복합적인 배려로 상당부분 손질이 불가피한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김회장의 외화밀반출과 관련한 전격 구속은 새 정부 출범후 강조되고 있는 기업의 도덕성문제와 투명한 경영, 원칙을 지키는 경영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 계기가 됐다는것이 재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재계는 그러나 김회장 구속의 불똥이 기업의 과거사를 들추고 재계사정으로 튀어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경제우선, 기업의 경쟁력강화작업을 그르쳐서는 안될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이종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