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위/뒷문 입장… 추곡안 10초만에 뚝딱/예결위/간사가 변칙사회 민자 단독 처리/본회의/황 부의장 악역… 1차통과시도 무산 문민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국회였다. 새정부출범후 첫 정기국회는 여야가 타협도출에 실패한채 민자당의 날치기의사진행으로 과거 국회의 고질과 구태를 재연하고 말았다. 예산안처리 법정시한인 2일 여의도의사당은 격렬한 몸싸움이 수반된 강행과 저지, 충돌을 거듭하면서 자정까지 험악한 분위기로 얼룩졌다. 민자당은 이날 하오 농림수산위의 추곡수매안 날치기처리를 시작으로 재무위에서 세법개정안을 처리한뒤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심야처리하는 3차례에 걸친 날치기행진을 계속했다.민자당은 이날 자정직전까지 본회의의 예산안처리를 시도하다 민주당의 완강한 저항에 밀려 마지막 단계에서 단독처리행진을 멈추었다.
황락주부의장은 법정시한을 26분 앞둔 하오11시34분께 본회의장 오른편으로 진입을 시도, 회의장안으로 들어왔으나 민주당의원들의 거센 방어로 강행처리에는 실패했다. 황부의장은 의장석으로 향하는 통로에서라도 통과의 형식요건을 갖추려했으나 민주당의원들이 육탄으로 이를 저지했다. 민주당의 장영달 이윤수 정균환의원등은 의자위에 올라서 황부의장을 향해 몸을 던졌고 이 와중에서 황부의장은 안경이 깨지고 입술이 찢기는 한편 허리를 다쳤다.
의원들간의 밀고밀치는 아수라장이 5분여동안 계속되다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민주당의 기세에 민자당의 스크럼이 점점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황부의장은 결국 하오 11시41분께 회의장에서 나와 1층 수석부총무실로 일단 물러났다. 양당의 몸싸움와중에서 민자당의 민정·공화계는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 이채를 이루었다.
민자당의 1차 진입이 실패하자 민주당의원들은 『이게 문민정부고 개혁인가』라고 민자당의석을 향해 고함을 쳤다. 이협 박광태 박계동의원은 『김영삼독재 물러나라』고 소리쳤으며 민자당의원들은 『말 조심해』라고 맞대응, 한때 회의장은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되기도 했다.
민자당의원들은 남아있었으나 시한인 12시를 넘겨 0시7분께 하나 둘씩 회의장에서 빠져나왔다.황부의장은 0시15분께 허리 부상때문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에앞서 황부의장은 하오11시20분께 이성호수석부총무등 민자당의원 10여명과 보좌진등 20여명의 호위속에 의사당2층 자신의 방 앞쪽의 출입문을 통해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그러나 의사당에 들어가 있던 민주당의원들이 아예 문을 안으로 걸어잠그고 밖에서는 김상현의원등 민주당의원과 당료등 30여명이 결사적으로 이들을 저지해 양측간에 큰 충돌이 빚어졌다.
의원과 보좌관 비서관 당료들이 뒤엉키면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욕설과 고함이 난무했다. 이에따라 15분여만에 황부의장일행은 싸움을 포기하고 본회의장 정문으로 발길을 옮겼으며 결국 여야관계자 1백여명의 인파에 떼밀려 하오11시37분께 우측문으로 본회의장에 입장하는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예결위에서는 하오10시17분께 김중위위원장이 회의장진입을 시도하다 민주당의원들에 의해 밖으로 밀려나는 사이 민자당간사인 김운환의원이 김위원장옆으로 들어와 새해예산안을 상정, 날치기 통과시켰다. 전광석화같은 장면이었다.
김의원은 의석 뒤쪽에서 민자당의원 3∼4명에 둘러싸인채 사회를 진행, 큰 소리로『이의 없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에 민자당의원들은『이의 없습니다』라고 일제히 외쳤다.그리고 즉시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김의원이 예산안을 상정하려는 순간 일부 민주당의원들은『입막아』라고 고함을 치며 손으로 김의원의 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김의원은 중심을 잃고 쓰러질뻔 했으며 여야의원들은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김의원은 미리 호주머니에 소형녹음기를 휴대했으며 손바닥을 쳐 통과를 선포했다.
여야의원들이 뒤엉킨 가운데 김의원의 안건상정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던 민주당의원들은『이의 없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린 뒤 즉각『이의 있습니다』라 고 외쳤다.
이어 민주당의 김병오정책위의장등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채 단상쪽으로 가『이것이 문민정권인가』라고 고함을 질렀고 일부 민주당의원들은 속기사들에게 김의원의 사회진행을 듣지 못했다는 각서를 쓰도록 요구했다.
이에 앞서 김위원장은 하오 9시10분께 두차례에 걸쳐 입장을 시도하다 민주당의원들에 의해 밀려났으며 이 과정에서 의원들이 멱살잡이를 하거나 회의장에 들어와 있던 일부 의원보좌관들간의 폭행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민주당측은 하오 8시30분께부터 예결위회의장에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대부분 소속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가 대기하며 민자당 강행처리에 대비했다.
국회농림수산위는 이날하오 정시채위원장이 민주당의원들의 육탄저지속에 10초도 채 안되는 사이에 추곡수매안을 날치기통과시켰다.
하오 2시34분께 정시채위원장이 국회403호 농림수산위회의장 뒷문으로 들어와 회의개의를 선언하고 추곡수매안을 통과시키려는 순간 민주당의원들이 이를 저지하기위해 정위원장을 붙잡고 넘어지는 바람에 여야의원들사이에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등 한동안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정위원장이 마이크도 없이『제11차회의 개의를 선언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회의장앞 위원장석을 점령하고 있던 민주당의 김영진 김장곤 최락도 김인곤의원등이 정위원장쪽으로 재빨리 달려가 몸으로 제지했다.
정위원장은 의원들에게 둘러싸인채 안건상정 및 가결절차를 진행했으나 워낙 소란이 심해 이를 제대로 듣거나 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다만 국회사무처의 회의속기록에는「의사일정 제1항을 상정합니다.(장내소란)…선포합니다」라고만 적혀 있었다.이에대해 국회사무처는 속기록내용과는 무관하게 위원장의 사실확인이 있을 경우에는 가결로 해석되는것으로 설명했다.
야당의원들은 안건은 처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추곡수매안은 바로 법사위로 이송됐다.
재무위는 농림수산위의 추곡수매 기습처리로 인해 민주당의원들이 최고의 경계를 펼치는 우여곡절끝에 세법을 강행통과시켰다.
민주당측은 특히 하오3시께 농림수산위에서 추곡수매안이 기습처리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화갑 이협 김옥두 김원웅의원등 20명의 저지조를 배치했다. 민주당의원들은 농림수산위를 염두에 둔듯 노인환위원장 주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민자당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박희부 김인영 송광호 박주천의원등 10여명으로 하여금 노위원장을 에워싸도록 했다.
두차례 정회후 하오 5시께 속개된 회의에서 노위원장은 민주당의 장재식 최두환 박은태 김원길의원에게 일일이 발언권을 주는 제스처를 취해 보았으나 민자당의 정필근 반형식의원등이『위원장은 뭐하냐』고 속결처리를 요구했다. 이어 여야의원간에 고성이 오가자 노위원장은『이러다가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일단 상정하고…』라며 장내를 정리하는 체하다가『이의없습니까』라고 물은뒤 통과를 전격 선포했다.민주당의원들이 뒤늦게 위원장석으로 달려갔으나 노위원장은『미안하다』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만섭국회의장은 하오 6시께부터 집무실에서 한광옥의원등 민주당의원 5∼6명에 둘러싸여 출입을 봉쇄당했다. 민주당의원들은 또 황락주부의장에 대해서도 인원을 배치해 출입을 막았다. 이의장은 하오7시15분께 이들 의원과 강성재비서실장등과 구내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한 뒤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다.
이의장은 이날 내내 문제상임위의 진행상황과 여야의 움직임을 보고받으며 긴장된 모습이었다. 이의장은 특히 강행처리 주재와 상임위 안건의 본회의 직권회부에 대해 시종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여권을 당황시켰다.
이의장은 이날밤 10시45분께 양당총무를 집무실로 불러 본회의 사회권을 황락주부의장에게 넘기겠다고 공식통보했다.
이의장은 밤10시35분께 집무실로 찾아온 민자당 김영구총무가 마지막으로 본회의 사회를 맡아줄것을 요청하자 끝내 거절했다.이 과정에서 의장집무실밖에까지 고성이 흘러나오는등 두 사람사이에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던것으로 알려졌다.
이의장은 이어 민주당 김태식총무를 불러 3자대면을 한 자리에서『나를 의장으로 지명해준 대통령과의 관계도 고려하고 날치기는 할수 없다는 나의 다짐도 지키기 위해 사회권을 황부의장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의장은 그러나『사회권도 넘기지 말고 날치기도 하지 말아달라』는 김민주총무의 요청에 대해서는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오 4시께 여야총무는 국회귀빈식당에서 20여분간 회담을 갖고 안기부법개정을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 이 자리에서 김태식민주총무는 농림수산위의 날치기사태에 대해 항의하며 안기부법개정에 대한 야당측 「최종안」을 통보했으나 김영구민자총무는 거듭 난색을 표명했다.
회담이 끝난후 『민주당이 내란죄와 반국가단체구성죄만 안기부수사대상에서 빼주면 된다고 했다』는 얘기가 민자당에서 흘러나오자 김민주총무는 즉각 김민자총무실에 전화를 걸어 『협상은 이제 없다. 날치기든 뭐든 마음대로 하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더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을것 같던 상황은 저녁 7시가 넘어 여당측이 박상천의원에게 모종의 양보안을 전해오면서 한때 타결기대를 낳기도 했다. 예결위회의장등에 흩어져 있던 민주당지도부는 즉각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수용여부를 논의했으나 여당측제의를 거부하고 당론을 고수키로 결정했다.
상오부터 의원총회 당4역회의 상임위원장회의등을 잇달아 가져오던 민자당지도부는 재무위에서 세법개정안이 통과된 직후인 하오5시30분께부터 국회운영위원장실에서 다시 대책을 논의했다. 황명수사무총장 김종호정책위의장 김영구원내총무 김덕롱정무1장관등 당4역과 김중위예결위원장 박희태정치특위간사등이 모여 30분가량 숙의하던중 김총무는 민주당 김태식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무언가 대화를 나눴다. 통화를 하는 동안 김총무는 방에 함께 있던 강천구국회의사국장을 밖으로 내보내 비밀스런 대화가 오갔음을 추측케했다. 이 때문에 민자당주변에서는 협상이 재개되는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비상대기조를 편성, 상임위에서의 날치기통과 실력저지에 나섰으나 농림수산위와 재무위에서 잇따라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날치기 소식이 전해지자 허탈한 모습이었다.
농림수산위 날치기통과 직후인 하오 4시10분께 김원기 조세형 한광옥 권로갑최고위원과 정대철상임고문등을 위시한 민주당의원 20여명은 국회의장실로 달려가 이만섭의장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계성·정광철·이영성기자】
민주당의원들은 이의장에게 『농수산위 날치기법안처리는 의안의 가부조차묻지않아 원천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효를 선언해달라고 요구했다.
날치기통과가 이루어진 뒤인 저녁 8시45분께 이기택대표는 대표실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갖고 『김영삼대통령은 날치기통과를 하는 순간 정치9단에서 1단이 됐고 문민시대는 이제 군사정권시대로 되돌아갔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대표는 『여당이 본회의마저 날치기통과를 강행한다면 무효화투쟁을 벌여나가겠으며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고 강경투쟁방침을 천명했다.
이대표는 그러나 안기부의 수사권폐지문제에 대해 『이번 여야협상과정을 통해 안기부수사권은 상당히 흔들렸다』면서 『내년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안기부수사권은 자동적으로 폐지될 것』이라고 법개정실패를 애써 희석했다.
박지원대변인은 농림수산위의 속기록을 공개한뒤 의안처리가 국회법에 명시된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농림수산위의 추곡가문제처리는 무효이며 굳이 표현한다면 「날치기미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지도부는 농림수산위와 재무위가 무너진뒤에는 작전을 변경, 법사위와 예결위는 단상을 점거해서라도 날치기통과를 원천봉쇄하라고 긴급히 지시했다.
민주당은 하오 5시께 본회의에서 예산안 통과를 막기위해 본회의장 단상 의장출입문 정문등에 비상대기조를 새로 편성, 배치했다. 또한 본회의장 이외의 장소에서 변칙처리할 가능성에 대비, 의원회관 및 도서관회의실등에도 비상대기조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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