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단임제 위배” 반발거세/7개항 선행조건 해결이 난제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대통령이 지난달 야당인 급진당 지도자 라울 알폰신전대통령과 비밀협상을 갖고 95년 대통령선거에 자신이 출마할 수 있도록 양해를 얻은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의 재출마 허용여부를 묻는 지난 11월21일의 국민투표를 갑자기 연기했던 메넴은 이보다 1주일 전 알폰신과 비밀리에 만나 차기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되 7개항의 선행조건을 수락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1일 밝혀졌다.
7개항의 선행조건에는 현재 6년인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단축하고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대폭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밖에도 집권후 9명으로 늘어난 대법관 수를 6명으로 환원시키고 명예 치안위원회를 창설, 법관임명권을 부여하는등 대통령및 행정부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방안도 들어가있다.
메넴대통령이 대통령 연임허용을 주장할때마다 가장 앞장서 반대해온 알폰신이 이같이 합의해준 것은 최근들어 급진당의 인기가 급락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급진당은 지난 10월 하원의원 선거에서 참패한데다 얼마뒤 실시된 페루의 국민투표결과도 후지모리 현대통령의 차기선거 재출마를 허용,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지난달 21일로 예정됐던 국민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개헌지지도가 반대쪽보다 월등히 앞서고, 95년 선거에서 급진당의 어떤 인물이 나와도 페론당 후보에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때문에 알폰신은 메넴과 타협을 모색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메넴과 알폰신의 합의만으로 메넴의 재출마 길이 완전히 열린 것은 아니다.
우선 메넴은 자신이 수락한 7개항 가운데 대법관 수를 줄이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메넴에 의해 임명된 3명의 대법관은 「대법관이 종신직」임을 내세워 퇴진불가의사를 비치고 있다.
특히 재야법조계서는 대통령 재출마때문에 사법부 인사의 진퇴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사법부권위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이며 위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알폰신 역시 당내 반발에 직면해있다.
당내 알폰신 반대파들은 메넴의 대통령 재출마허용은 물론이고 비밀협상 자체까지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알폰신의 협상안은 급진당에서 수락될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 알폰신 지지세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같은 비밀협상을 두고 정치분석가들은 메넴이 7개 선행조건을 모두 이행한뒤 급진당과 합의, 재출마하게 된다면 타협을 할줄아는 「민주적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입지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알폰신은 이번 협상을 통해 89년 대통령 선거에서 메넴에게 패한 정치패배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을 견제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물』로 부각될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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