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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지옥 돈놀이엔 천국(「고금리」벽을깨자·제2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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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지옥 돈놀이엔 천국(「고금리」벽을깨자·제2부:1)

입력
199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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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경제구조」 개혁 시급하다/기업이익중 95% 금융비용/자동차 매출대비 이자비율 일의 12배/땅장사는 10년새 10배벌이 우리나라에서는 생산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천대를 받고 있다. 생산활동을 하는 제조업뿐 아니라 기업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대접이 좋지 않다. 온갖 규제와 감시, 간섭으로 시달림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난 또한 만만치가 않다. 경제의 기본골조는 「고비용구조」로 돼있어서 생산활동을 원천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생산의 3대요소가 되는 토지 자본 노동등 기본적 요소비용이 세계최고 수준으로 비싼데다가 생산활동의 효율성을 높여줘야할 도로 철도 항만등 기반시설이 엉망이고 행정규제가 이중삼중으로 그물처럼 얽혀있어 모든 조건이 생산활동을 억제하는 쪽으로 갖춰져있다. 이에 반해 부동산을 굴려 돈을 버는 사람들이나 돈놀이를 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낫다. 비생산부문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대접이 좋은 것이다. 주식투자나 사채 단자예치등으로 돈놀이를 하는 사람들, 또는 부동산을 사고 팔아 투기소득을 올리거나 임대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규제 간섭도 적고 사회적 책임추궁이나 비난도 상대적으로 적다. 금리도 만성적으로 세계최고 수준의 고금리여서 돈놀이에는 좋고 생산에는 불리하도록 돼있다. 제조업은 많은 투자위험이 따르고 평균 수익률이 형편없이 낮은데 비해 부동산이나 돈놀이는 수익률도 훨씬 높고 투자위험도 없다.

 우리 기업들이 1천원어치 물건을 팔아 66원의 이익을 남기는데 이중 95%에 해당하는 63원을 금리부담으로 지출하고 나머지 3원(5%)만을 기업몫으로 챙긴다(한은 기업경영분석 93년판)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생산활동을 하는 기업보다는 돈놀이를 하는 금융자산가들이 우대받고 있다는 증거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매출액대비 금융비용의 비율을 국제 비교해보면 일본 혼다가 0.06%인데 현대는 0.75%, 기아는 4.07%, 쌍용은 7.58%(업계조사)다. 비율기준 현대는 일본의 12배, 기아는 67배, 쌍용은 1백26배이다.

 생산활동을 하는데 절대적 필요요소인 땅의 경우에도 그 땅을 이용해서 생산을 하는 기업에는 불리하고 그 땅을 팔거나 임대하는 땅소유자에게는 유리하게 되어있는 것이 우리 실정이다. 어느 재벌이 10여년 전 잠실에 9백여억원을 주고 땅을 샀는데 지금 그 값이 1조원을 넘게 호가한다고 한다. 10여년 만에 밑천의 10배가 넘는 큰 돈을 벌수 있는 제조업체가 몇개나 있는지 의문이다. 또 생산업체로서는 망해버린 기업이 공장부지를 팔아 떼돈을 벌게된 경우도 많다. 『기업은 망해도 땅은 남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모두가 생산보다는 땅을 우대하는 우리경제의 독특한 구조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공단분양가격이 대만은 물론이고 땅비싸기로 유명한 일본보다도 우리가 더 비싼 것을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생산기업보다는 땅임자에게 더 많은 돈을 벌수있도록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도로 철도 항만등 사회기반시설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도로를 많이 뚫어 물류비용을 낮추면 생산활동에 도움이 되는데 도로에 수용되는 땅의 소유자들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하다보니 도로를 만들기가 어려운 것이다. 투자비용을 확보하는데 금리가 비싸 엄두를 못내고 부지확보는 땅값이 비싸 엄두를 못내고 그래서 사회기반시설 확충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결국 부동산 소유자들과 금융자산 소유자들이 우대받고 도로를 많이 닦아 물류비용을 낮춰야 하는 생산기업들은 홀대받고 있는 것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정규제도 같은 논법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복잡하고 까다로워야 관리들의 권한이 강해지고 그래야 뭔가 생기는게 있기 때문에 규제는 갈수록 복잡해진다는 얘기다.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각종 규제를 훌훌 벗어던져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패와 비능률을 부르는 구조다.

 우리나라를 『생산자의 지옥이요 불로소득자의 천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와 관행이 생산활동을 하기는 어렵고 불로소득을 얻기는 쉽도록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돈놀이와 투기, 뇌물, 프리미엄등 생산을 통한 경제적 가치창출과는 관계없는 불로소득이 판을 치는 사회다.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생산이 활발해야 한다. 모든 경제사회적 조건이 생산에 유리하도록 돼있어야 하는 것이다. 생산을 천대하고 불로소득을 우대하는 우리사회의 제반 제도 관행을 「개혁」하지 않고는 국가경쟁력이 생겨날 수 없다.【박무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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