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타협… 안되면 승부수 띄울듯/“국면전환” 연말 당정개편 관측도 김영삼대통령이 취임후 첫 시련을 맞고 있다는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쌀시장 개방문제라는 태풍에다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 처리라는 난제에 직면해 있는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쌀문제로 한번쯤 어려움에 처하리라는것은 진작부터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방미성과를 단숨에 날려버린듯한 파고에 이들도 당황한게 사실이다.
쌀문제는 야당이 김대통령 방미전부터 예고한 예산안과 안기부법개정안 추곡수매안의 연계처리 전략에 얹혀져 위력을 더 하고있다. 당연히 김대통령이 이같이 어려운 정국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것인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김대통령은 정국현안과 관련,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처리를 강조했을뿐 쌀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를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깊은 구상을 하고 있는 인상이다. 지금의 구상은 연말연시를 거쳐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국정2년째를 설계하는 정국구상과도 연결되리라고 볼 수 있을것이다.
우선 예산안 처리향방이 김대통령의 정국돌파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것 같다. 김대통령은 몇차례씩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처리를 강조했다. 귀국직후 민자당간부들과 청와대에서 조찬을 함께 하면서 이를 당부했고 국무위원들과의 자리에서도 같은 얘기를 했다. 법을 지켜야한다는 명분이 강조됐지만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한다는 생각인것으로도 보였다. 청와대는 당초부터 예산안의 강행처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었다. 야당이 예산삭감 그 자체보다는 안기부법 개정과 추곡수매에서의 입장관철에 예산을 연계하고 있는만큼 시한을 넘기며 협상한들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판단에서였다. 여기에 쌀시장 개방문제까지 겹쳐 전망을 더 어둡게 했다.
그렇지만 문민정부 출범후 첫 정기국회에서의 새해예산안 강행처리가 그리 간단한 문제일 수는 없다. 부담이 될게 뻔하다. 예산안을 강행처리한다면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정치관계법 처리는 어떻게 되느냐는 어려움도 있다.
청와대는 일단 야당과 최대한 타협노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안기부의 수사범위를 원래의 민자당안보다 더 축소하고 추곡수매에서도 수매량과 인상폭을 더 양보한다는 생각이다. 야당이 굳이 예산안과 쌀문제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것도 한가닥 숨통을 터놓고는 있다.
그러나 시간은 많지않다. 법정시한을 하루 이틀 넘기며 원만한 처리를 시도하겠지만 계속 매달리지는 않을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예산안과 다른 사안을 연계시키지 않는다는게 분명하면 타협시간을 더 잡을수도 있지만 전망이 서지않는다면 시간만 끌다가 스스로 강조해온 법정시한 준수라는 명분마저 퇴색할것이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향방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어차피 그에 관계없이 그후의 정국은 쌀시장 개방문제로 큰 파고를 맞게 돼 있다.
여기서 과연 김대통령이 정국의 국면전환을 위해 연말에 대대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할것이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다. 지금까지의 정가관측으로는 연말보다는 내년초, 더 나아가 김대통령의 취임1주년을 앞둔 시점에 당정진용개편이 이루어질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소 우세했다. 물론 김대통령은 이 모든 가능성에 어떠한 시사도 한적이 없다.
그러나 예산안에 이어 김대통령이 그렇게도 강조해온 정치개혁입법도 모양새 없이 처리되는 사태가 오고 여기에 쌀문제까지 겹치면 김대통령도 어수선한 정국을 내년으로 이월시키려 하지는 않을것이다. 연말 당정개편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소리가 나오는것도 이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예산안이 설령 모양좋게 통과된다해도 야당은 쌀문제로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할것』이라며 『그래도 정국주도는 칼의 날보다 자루를 쥔쪽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가장 큰 정국주도권은 인사에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반면 김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나 국면전환식의 「정치전략」을 즐겨하지않는 점을 들어 연말 개편에 회의적인 사람도 적지않다. 현재로서는 반반의 가능성이 있지만 앞으로 며칠간의 정국변화가 꽤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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