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국회의 의안처리에서 확연하게 구별된다. 선진국은 충분한 찬반토론후 표결에 부치는 반면 후진국의 경우 야당이 거세게 반대할 경우 이른바 날치기통과―변칙처리를 식은죽먹듯 활용한다. ◆의안의 날치기통과라면 우리의 의정사는 가히 김메달수준이다. 지금까지 자행된 숱한 날치기통과는 그 수법에 있어 몇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가있다. ◆첫째 야당의원들을 협박, 공포분위기속에서 통과시키는것으로 52년6월 발췌정헌안처리가 대표적인 예다. 다음은 58년12월24일 국가보안법개정안통과때처럼 야당의원들을 강제로 축출한뒤 통과시키는 방법. 셋째 야당이 본회의장에서 농성할때 다른 장소에서 몰래 처리하는것으로 69년 3선개헌안과 71년 국가보위법안 그리고 79년 김영삼의원 제명결의안통과등을 들수있다. ◆끝으로 야당이 단상을 점거할때 의사당안의 다른 장소에서 의장이 전격통과시키는 방법이 있다. 3당합당얼마후인 90년6월14일 고김재광당시국회부의장이 의석통로에서 국군조직법개정안등 26개법안을 33초만에 무더기로 처리한것이 이케이스에 속한다. 이 날치기처리는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제기, 3년만인 지난8월 재판관들이 국회로 가 당시의 장면을 비디오로 보며 검증한바있다. ◆새해예산안의 국회법정통과마감일을 이틀앞두고 이만섭국회의장이 무척 고심중이라는 소식이다. 즉 야당은 추곡수매가인상을 비롯, 쌀시장개방반대, 안기부법의 대폭 개정등을 내세워 예산안의 발목을 잡고있고 여당은 이의장이 「악역」을 맡아주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으나 의장취임직후 『날치기 사회 는 절대 안할것』이라고 누차 공언한 바 있어 고민이 큰것. 장차 여야가 원만한 협상으로 타결시킬것인지, 아니면 이의장이 지조를 꺾게될지 관심사이나 국민의 한결같은 바람은 날치기는 없어야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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