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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개방 무대책”책임회피 일관/지나친 몸조심… 정부부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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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개방 무대책”책임회피 일관/지나친 몸조심… 정부부처 표정

입력
1993.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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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화,경쟁력제고로 대처”/「불가」고수속 대안찾기 부심/UR 긍정효과 인정… 표명자제/해결사「악역」… 성과엔 회의적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시한이 불과 보름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정부는 협상전략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쌀시장개방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처간논의를 하지 않은채 분위기만 잡고 『쌀의 관세화개방은커녕 최소시장개방도 안된다』는 「무조건 쌀시장개방불가」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대안없는 고집으로 일관할 경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데도 효험있는 대책을 세울 생각은 않고 쌀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가 되더라도 옥쇄하면 그만이라는 자세로 나서고 있는것이다.

 통상전문가들은 『UR협상의 타결이 확실시되는데도 종전의 입장을 전혀 굽히지 않고 있는데 협상이 타결돼 강제개방을 당할 경우는 우리의 입지는 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또 『얻을것을 얻는 반면 줄것을 주는것이 협상이다』며 『우리는 농산물분야협상에서 쌀시장개방불가를 외치고는 있지만 쌀시장을 지키는 대가로 대신 내놓을것이 없는 입장이므로 차라리 미리 개방입장을 밝혀놓고 방법상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것이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더 늦기전에 쌀시장개방의 가능성을 미국에 과감히 제시해 일본보다도 더 좋은 조건을 얻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이는것이 실리상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UR타결시한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도 정부는 부처간에 서로 책임을 미루며 「강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쌀시장개방에 앞장선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고 어느 부처도 쌀시장개방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쌀시장개방문제와 관련된 그동안의 정부의 대응자세와 관련부처 입장등을 알아본다.

▷경제기획원◁ 경제기획원의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쌀시장개방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특별히 쌀시장개방유예를 인정해 줄 경우 「예외없는 관세화」의 그물을 탈출할 수 있는 실오라기같은 희망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거의 실현불가능하다는게 지배적인 견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쌀시장개방 절대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업정책 개선 시급

 한 관계자는 『문민정부 들어 추진하고 있는 신농정도 쌀시장개방을 전제로 짜여지지 않았을만큼 쌀개방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던게 사실』이라며 『지금이라도 관세화개방시기를 최대한 유예받아 농업부문의 경쟁력강화대책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쌀시장개방이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지금의 농업정책기조아래서 쌀시장이 개방된다면 정치·경제·사회·문화등 전 부문에 걸친 부작용이 엄청나리라는것도 숨길 수 없다』며 『개방에 따른 부작용과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농업정책을 개혁차원에서 하루빨리 개선하는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농림수산부◁ 쌀시장개방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주무부처인 농림수산부는 허신행장관을 비롯한 주요간부들이 수시로 모여 협상대책 마련작업을 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쌀시장개방불가의 방침을 여전히 굳게 지키고 있다.

○주무부처 고충토로

 농림수산부는 최근들어 개방문제 불가피론이 강하게 거론되자 다른 정부부처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는 듯한 불쾌감까지 느끼고 있다. 농림수산부는 『UR협상의 핵심주체인 미국과 EC가 아직 완전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핵심국도 아닌 우리나라가 미리 쌀시장개방을 외치고 나선다는것은 우리의 입지를 오히려 약화시키는 일』이라며 『게다가 주무부처로서 쌀시장을 개방하겠다고 나설 수는 없다』는것이다.

 농림수산부는 우리나라의 입장이 UR협상에서 아주 어렵다는것을 감안해 대안은 일부 마련하고 있지만 협상전략상 밝힐 수는 없다는 태도이다.

 농림수산부는 UR협상에서 최대의 성과는 협정문의 각주에 단서조항을 명시해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키거나 마지막에는 이해당사국의 묵시적인 양해를 얻는 일이라고 판단, 정부의 공식입장이 선회하지 않는한 마지막 순간까지 현재의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상공자원부◁ 상공자원부는 지금까지 우루과이라운드가 우리 경제 전체에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대해 제대로 된 분석자료를 낸 적이 거의 없다.

○개방반대 입장 견지

 또 쌀시장과 관련해서도 「관세화 개방불가」라는 기존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제시한 경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이달초 아태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에서 미국등 일부국가가 농산물의 예외없는 관세화원칙을 공동발표문에 포함시키려고 시도하자 이를 막는데 전력을 기울였었다.

 김철수상공장관은 사석에서조차 『비록 UR타결로 인해 상대적 이익을 보는 공업담당부처의 책임자이나 우리나라 농업여건상 쌀시장만큼은 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힐 정도다.

 한편 상공부관리들은 UR타결로 인해 전세계적인 관세인하와 비관세장벽제거등 자유무역주의가 확대되면 수출환경이 보다 나아질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UR가 조기 타결돼야 한다고 적극적인 태도표명을 할 수 없을만큼「UR=쌀개방」이라는 단순논리가 상공부를 비롯한 경제부처관계자들의 사고를 짓누르고 있는게 현실이다.

▷외무부◁ 쌀개방이 불가피해진다면 그 일차적 책임은 일단 외무부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것이 외무부의 인식이다. 외무부가 협상의 내용이나 방침을 결정하지는 않지만 정부안을 바탕으로 상대국대표들과 직접협상을 해야하며 협상결과가 만족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이 협상당사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무부 일각에서는 무역자유화를 위한 UR협상을 실질적으로 좌우해온 관련부처들이 UR가 몰고온 「자유무역」의 과실들은 모두 차지하고 쌀문제만은 외무부로 그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실은 타부처차지

 지난 29일 있었던 외무부 실국장회의는 이같은 입장의 편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한 고위당국자가 『우리의 주장이 관철되지 못할 경우 깨끗이 책임을 지자』는 뜻을 비추자 대부분의 실국장들이 들고 일어나 『외무부가 모든 책임을 질 수는 없다』면서 『지금까지 버텨온것도 그나마 외무부의 협상력 때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같은 현상은 UR협상과 관련, 정부의 업무분담에서도 기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실무대책(경제기획원) 농산물(농림수산부)시장 금융(재무부) 비관세(상공부)지적재산권(특허청)등으로 나뉘어 협상을 진행시켜 왔으며 외무부는 분쟁해결절차를 담당해 왔었다. 따라서 외무부는 그동안 「해결사」역할만을 맡아왔으며 결국 이번의 쌀시장개방문제가 국가간의 분쟁차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상 또다시 해결사역을 자임해야 할 처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체 인식과는 달리 타주무부처들이 지나치게 「몸조심」을 하면서 책임전가를 꾀하고있는데 대한 반발 역시 크다. 일부부처의 경우 국민여론만을 의식, 『쌀개방불가 정부방침 불변』만을 강조해 오히려 「만약의 경우의 대안」에 대한 국민저항만 가중시키고 있다는것이다. 또 쌀개방문제가 다른 모든 품목의 협상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는데도 소관품목의 협상안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소극적 입장만을 견지하기도 한다는게 외무부의 불만이다. 더구나 외무부는 미국과 EC간에 UR합의가 이뤄질 경우 파견될 정부차원의 협상대표단 단장을 외무부에서 맡게될 공산이 커지자 국민에게 정부대표단이 마치「외무부 대표단」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박영기·정병진·유석기·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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