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악영향 우려 고심 거듭/“파문보다 수사형평 우선” 결론 검찰이 국내 10대 재벌중 외형순위 9위인 한화그룹의 김승연회장(41)을 전격 구속한것은 「예외없는 사정」원칙의 재천명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검찰은 그동안 김회장을 구속할 경우 한화그룹은 물론 전체 경제계와 해외거래선등에 미칠 파문의 정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검찰내외의 여론을 수렴하며 고심해왔다. 검찰은 파문이 작지 않으리라고 예상하면서도 사정수사의 형평성과 지속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재벌그룹 총수이자 언론사 회장인 사람을 구속한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구속결정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관계자들은 『검찰이 독자적으로 결정했으며 외부로부터 어떤 영향도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에서도 검찰이 원칙대로 알아서 처리하라는 입장을 지켜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검찰의 수사착수 자체가 김회장이 6공시절 박철언국민당의원과 가까운 사이였던 점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검찰의 사법처리방향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경실련으로부터 김회장이 92년 6월 미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소유였던 LA윌셔지역의 4백70만달러짜리 호화저택을 매입했다는 진정서를 접수, 내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김회장이 경실련의 수사의뢰 직후 해외로 출국, 수사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다 10월 5일 김회장이 1백60일만에 귀국함에 따라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10월13일 김회장을 1차 소환, 저택구입경위등을 조사했으나 김회장이 『실제 소유주는 따로 있으며 나는 명의만 대여했을뿐』이라고 완강히 버티는데다 미국과의 사법공조체제 미비등으로 난관을 겪었다.
검찰수사는 김회장이 미국 미들랜드 내셔널은행 뉴저지지점에 1백20만달러의 비밀당좌계좌를 개설한 사실을 익명의 한화그룹내 인물로부터 제보 받은 뒤 급진전, 11월 3일 김회장을 두번째 소환해 외국환관리법 위반사실을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검찰이 한화그룹 계열사인 골든벨상사의 현지법인 GUSA(골든벨 USA)의 뉴욕지사장 민용식씨의 자진출두를 요청해놓고 국세청을 통해 미국 현지의 자료확보에 전력하는 동안 한화그룹의 비자금 83억원의 변칙실명전환사건이 터져 나왔다.
이 때문에 수사는 난마처럼 얽혀드는 듯했으나 검찰로서는 정부의 반실명제사범 엄단방침을 고려할 때 김회장을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지와 당위를 굳혀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검찰은 미국 현지파견검사를 통해 호화저택 거래 관련자료를 확보, 이 자료를 토대로 김회장의 수행비서등 측근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LA호화저택의 실소유주가 김회장이라는 사실을 확인, 수사는 김회장 본인의 자백만 남겨둔 상태로 급진전했다.
결국 김회장은 더이상 검찰의 추궁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30일 세번째로 검찰에 출두, 호화주택 소유사실과 구입자금의 출처등을 사실대로 진술하게 됐다.
검찰은 한화그룹 비자금의 변칙실명전환 부분에 대해서는 김회장의 해외체류중 이루어진 일이며 변칙실명전환된 비자금이 대부분 남아있어 김회장과는 무관하다는 잠정결론을 내렸으나 이 자금의 개인적 유용여부등 사용처는 계속 수사키로 했다.
검찰은 당초 김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국외재산도피혐의를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그룹계열사인 (주)태평양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건설공사를 수주한뒤 지급한 소개수수료중 되돌려받은 6백50만달러를 홍콩등지의 은행에 입금, 가명계좌를 개설한 시점이 83년으로, 공소시효(7년)가 완료돼 외국환관리법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김회장에 대한 강경조치는 다른 재벌그룹들에도「일벌백계」의 효과를 낼 전망이다. 검찰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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