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결국 파행으로 갈것인가. 이기택민주당대표는 30일 쌀수입개방을 반대하는 농민·재야·사회단체와 연대, 「쌀 수입개방 결사반대 범국민대책위」를 설치할것을 제의했다. 또한 범국민대책위를 중심으로 쌀시장개방반대1천만서명운동을 전개, 이 명단을 가트(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본부에 전달하기로 하는등 장외투쟁에 나설 태세다. 그런 한편 정부·여당은 눈앞에 닥친 예산안처리 법정시한(12월2일)까지의 강행통과를 거듭 다짐하는 중이다. 앞으로의 정국이 이같은 여야의 강파른 대결로 지극히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서 우리는 예산국회를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여야 정치지도자에게 자제와 냉철한 판단을 당부하고자 한다.
쌀시장개방문제가 6백만 농민은 물론 우리경제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는 야당의 인식은 옳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대뜸 「거리의 정치」에 호소하거나 뛰쳐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는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정치의 마당은 거리가 아니라 국회이고, 그런점에서 여야는 「민의의 전당」에서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시장을 지키기위한 방법을 난상토론, 최선의 지혜를 짜내야 하는것이다. 물론 야당의 과감한 범국민투쟁이 정부의 협상을 측면지원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없지는 않을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당략으로 결사반대식의 강경투쟁을 선택하는것은 공당으로 취할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자유무역에 힘입어 경제를 일으키고 「수출입국」을 이뤘으며 앞으로도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우루과이 라운드(UR) 타결이 국익에 부합한다는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쌀을 포함한 우리 농산물 시장의 궁극적인 개방이 불가피한 현실이라는것도 거역할 수 없는 대세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대안의 제시에 앞서 「절대불가」 「절대반대」의 연호만으로 소임을 다하겠다는것은 책임있는 야당이 취할 태도는 아닌것이다.
쌀시장개방문제에 관한한 정부·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 과오도 더 많다. 『쌀은 절대 개방할 수 없으며 대통령직을 걸고서 이를 지키겠다』고 한 대선공약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은 특히 APEC총회와 한미 정상회담이후 믿을곳이 없게되었다는 표정이다. 국무총리와 농수산부장관은 계속해서 『정부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누가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문제는 협상전략과 함께 국민설득전략이 없었다는데 있다. 오히려 일본처럼 쌀개방의 불가피성을 단계적으로 홍보하면서 국민의 반대를 등에 업고 미국과의 반공개적인 교섭을 통해 얻을것을 최대한 얻어내는편이 합리적인 전략이었다고 생각된다.
정부·여당은 쌀문제에 맞물려 더욱 혼미에 빠진 예산안처리를 두고 법정시일에 쫓긴 나머지 변칙 또는 강행통과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한다. 좀더 진지한 협상으로, 그리고 보다 정직한 호소와 설득력 발휘를 통해 파국으로 치닫는 정국을 풀어나가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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