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로강경 평행선/“영수회담서 결판” 전망 정국이 갈수록 난마처럼 엉키고 있다. 안기부법 추곡수매에 이어 쌀시장개방이라는 난제중의 난제가 대두, 경색정국의 해법을 찾아내기가 녹록지 않은 형국이다. 여기에다가 민주당의원들의 대통령연설 일부불참이라는 돌출사건까지 발생했다. 당3역회의등 절충점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있지만 성과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대결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2일)내 통과가 가능할지, 또 통과의 모양새는 어떻게 될지가 일차적인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민자당은 29일 공식적으로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통과를 강도높게 천명했다. 이날 고위당직자회의는 『최선을 다한다. 그래도 안되면 다수결원리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다수결처리에 대해 황명수총장등 당직자 모두 「강행처리」임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있다. 여야격돌을 피하지 않겠다는 태세이다.
민자당은 실제 이같은 강공방침을 실천에 옮기고있다. 김종필대표는 이날 상임위원장과의 오찬에서 『각 상임위도 협상에 임하되 안되면 소신껏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과위의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자당의원들은 민주당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예산회계법개정안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법개정안을 일방 통과시키기도 했다.
민주당도 민자당의 예산안 강행처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행처리시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논의하지는 않고 있지만,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김태식총무 김병오정책의장등은 『정국의 핵심은 모양새가 아니라 내용에 달렸다』고 잘라 말했다. 예산안의 시한내 통과는 모양새에 불과하지만 쌀개방문제 안기부법개정 추곡가등의 협상은 본질적인 내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안이 만족스럽게 타결되지 않으면 법정시한내 통과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자세다.
문제는 결국 현안의 협상으로 귀착된다. 여야는 당3역회의를 통해 쟁점들에 대한 절충을 시작했지만 합의점은 나오지 않고있다. 추곡수매의 경우 어느정도 절충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지만, 안기부의 수사권문제에 대해서는 민자당의 축소론과 민주당의 폐지론이 팽팽하다.
그러나 최대난관은 정국최대의 메가톤급이슈로 급부상한 쌀시장개방문제. 이 문제는 국내외적 변수가 얽혀있어 여야의 정치력만으로 풀기어려운 난제중의 난제가 됐다. 민주당은 「직을 걸고 쌀개방을 막겠다」는 김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문제삼아 파상공세를 펼 태세이고 개방반대를 당론으로 하고있는 민자당으로서는 응수가 궁색한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여야영수회담이 결정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나 민자·민주 양당이 보여주는 완강한 태도로 볼때 회담의 성사와 극적타협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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