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장이 돼야할 국회가「정치제로의 상태」에서 헤어나질 못하고있다. 김영삼대통령의 방미보고연설이 있은 29일 국회본회의장에 39명의 야당의원이 불참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야 할것없이 문민시대니, 개혁시대니 하면서 이번 정기국회부터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변해왔지만 현실은 반대방향으로 가고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는 개회이후 지금까지 몇가지 현안에 막혀 답답한 광경만을 계속 보여주었다. 이날의「불참사건」으로 여야관계는 더욱 경색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또다시 옛날에 자주 듣던 강행처리라는 말이 거론되기 시작하고있다.
이날의 일은 물론 민주당의원들이 아주 잘못한 것이다. 일단 양당총무간에 의사일정이 합의되면 따르는게 맞다. 당론으로 불참을 결정한 것도, 사보타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프닝으로도 볼수 없는「우왕좌왕」에 다름아니다. 이러한 민주당의 모습이 측은하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야당만을 탓하는 것도 걸맞지 않은것같다. 량비론처럼 들리겠지만 여권이 상당히 오만해진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청와대나 정부, 민자당을 가리지 않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들이다.「내가 옳은 일을 하려하니 그저 따라만 오면 된다」는 식의 태도에는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있기 어렵다. 정치는 대화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26일 김대통령의 귀국설명회를 겸한 오찬직후「간이영수회담」을 추진하려했던 것만해도 그렇다. 아무리 선의에서 비롯된 일이라해도 야당대표에게 바로 전날밤 집으로 찾아가 초청의 뜻을 전한것은 지나쳤다. 29일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금요일 대통령연설을 듣기로 합의한뒤「쌀문제」로 야당이 시끌시끌하면 여권도 마땅히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과거 군사정권때도 여당총무단은 야당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노력을 했었다.
본회의장내 야당의원석이 텅 비어있는 것에 불쾌했더라도 몇분 기다려 보는 여유가 없었음을 아쉬워하는 의견도 있다. 김대통령이 누구보다도 시간지키기를 중요시하는 정치인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정치9단」의「정치대통령」이 멋지게 정치불재를 타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얘기들 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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