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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개방입장 “우회적 표현”/김 대통령 국회연설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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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개방입장 “우회적 표현”/김 대통령 국회연설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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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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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 안밝힌채 미와합의 부인만/연설전 국익차원대처 당부 주목/“정치,미래·세계를 내다봐야” 역설 김영삼대통령은 29일 국회연설에서 쌀시장 개방문제에 대한 정부의 향후방침이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한미간에 어떤 합의도 없었음을 거듭 강조했을뿐이다. 연설전 국회의장실에서의 환담때 이기택민주당대표가『연설에서 쌀수입 개방 불가의지를 분명히 천명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김대통령은 방미성과를 보고하는 연설의 성격을 들어 이를 완곡히 거절했다.

 김대통령은 오히려 이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여야 가릴것 없이 국가이익을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은가를 의논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발언이라고 해석할수 있다. 김대통령은 또 민주당의총이 진행중이라는 이대표의 얘기에『강경에 끌려 결론을 내면 나중에 좋은 결과가 나오는 예가 드물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귀국하자마자 쌀시장개방 문제가 터져 방미성과가 일순간에 날아가 버리는듯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절대로 쌀시장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말을 스스로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눈여겨 보는 시선이 많다.

 황인성국무총리와 허신행농림수산장관이 정부의 기본방침인 『절대 불가이며 대안을 검토한적도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이에 대처하는 청와대측의 태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개방하지 않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한다는 정부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결코 개방이란 있을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표명이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주말 한미정상회담에서의 합의여부가 문제가 됐을 때도『쌀시장 개방문제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몰라도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김대통령도 그렇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금 쌀시장 개방문제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유보하고 있는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뜨거운 감자가 아닌「뜨거운 쌀」이 돼 있는것이다. 김대통령의 이날 국회연설의 요체는 국제화 개방화 세계화 미래화였다. 그러면서 김대통령은 『오늘의 정치는 국가경쟁력을 밑받침하지도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언제까지 국력을 소진시키는 대결과 앞으로 나아가는 발목을 잡는 식의 내부갈등만을 거듭할수 없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이번 국회연설원고가 쌀시장 개방문제가 터지기 전에 작성된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김대통령의 언급내용이 쌀시장 개방문제와 관련한 정치권의 논란을 지적하는 것처럼 되었다는것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김대통령이 이날 『다가올 미래와 넓은 세계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밝힌것이나 연설 전 의장실에서 쌀시장 개방문제와 관련해 『국가이익을 위한 대처방안을 여야를 떠나 논의해달라』고 당부한것이 의미가 있다는 설명인것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정부가 그동안 이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어차피 어려운 상황이 닥칠것을 내다보고 대비해 왔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것인지를 놓고 고민해 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또 최선의 협상전략을 숙고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중에는『노태우전대통령때 국가장래를 위해 단안을 내렸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42조원을 투입해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을 벌이기로 한 이유가 딴 데 있는게 아니다』고 밝혔다. 어느 말이나 쌀시장 개방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갈것인가를 시사하는 말이다. 다만 지금은 그 말을 똑 부러지게 못할뿐이다.

 청와대측은 『지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우리정부의 협상안이라는것은 정확한게 아니다』며 『UR타결때까지도 우리가 대안을 내놓는등의 변화는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버틸 때까지는 버티면서 최상의 방법을 찾아보겠다는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방식이든 개방 그 자체에 있다는 데에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이 있는 것같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사태진전에 따라 김대통령의 입장천명이 있을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말 자체가 김대통령의 사태돌파 수순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것으로 보아야 할것이라는 시각도 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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