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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의 국회 연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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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의 국회 연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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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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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대통령의 이번 국회연설은 개혁과 사정의 여세로 자신감속에 행했던 첫번째 연설때와는 달리 무거운 분위기속에서 진행된 느낌이다. 이는 김대통령자신이 획기적인 성과를 올렸다고 자부하고 있는 방미나들이가 때마침 불어닥친 쌀시장 개방문제로 적지않게 퇴색했기 때문이라하겠다. 특히나 연설에서 농민을 포함한 온국민의 관심사인 쌀문제에 대해 보다 명확하고 솔직한 대응방향의 제시가 없었음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대통령의 국회연설은 두가지 대목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APEC(아태경제협의회) 정상회동과 한미정상회담의 경위와 내용의 의의를 보고한것이고 후반은 정치권의 국제화 미래화를 강조한것이다. 우선 김대통령이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지향해야할 방향으로 개방화 국제화 세계화를 제시한것은 타당한 설정이라고 할 수있다. 이는 대통령자신이 취임후 첫 나들이를 통해 이데올로기 대결체제가 와해된후 세계각국이 실리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실감한 결과라고 봐야 할것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국제조류와 경쟁속에서 살아남기위해서는 과감한 내정개혁과 함께 국제화 선진화해야하며 이는 정치권이 선도해야한다고 주문하면서 비생산적이고 발목만 잡는 정치, 소모적인 정쟁과 우물안 개구리식의 시시비비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옳은 지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같은 국제화 선진화를 가장 먼저 실천하고 또 전근대적인 정치행태를 과감히 고쳐야 할것은 정부와 여당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 혼자 개혁과 구태시정을 외치고 있는것과는 달리 공직사회는 보신과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여당은 책임있는 집권당으로서 제대로 구실을 못하고 있음을 잘 알고있다. 때문에 바로 정부·여당이 자성과 자기개혁에 수범을 보일 경우 국민과 야당도 자연 따르게 될것임을 알아야 할것이다.

 다음 쌀시장 개방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제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장차 새로운 세계무역질서를 설정할 우루과이 라운드협상타결은 눈앞으로 다가왔고 우리는 반드시 선택을 해야만 할 입장이다. 우리나라가 수출정책을 포기하지 않는한 개방추세가 어쩔 수 없는것이라면 김대통령은 특유의 솔직함과 정면돌파방식으로 국회연설의 호기를 통해 대응방향과 분명한 원칙을 국민에게 제시했더라면 좋았을것이다.

 물론 김대통령은 『클린턴과 정상회담에서 쌀시장개방에 관해 직접 요청을 받은바 없고 또 어떤합의를 한것도 없다』고 밝혔으나 그정도 설명으로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납득시키기에 미흡했다. 나아가 연설에서 『우리는 더이상 배타적이어서는 안되고 우리만의 논리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고 강조한것이나, 개방화 국제화를 역설한것은 우회적으로 개방의 불가피성을 시사한것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이점 정부와 집권당이 국민적 공감대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여 대국민 설득에 나서도록 해야 할것이다.

 아무튼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나가 국정운영과 방향을 보고하는것은 민의존중과 국회권위제고를 위해서도 의의가 크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이 불참한것은 무책임한 처사로 보여 유감스럽다. 비록 견해는 다르다해도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것은 정치도의상 당연한 의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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