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력 적극 발휘… 「최악」 대처해야/값하락→농사포기→농촌황폐화/99년 자급률 80%대 하락 예상/개방수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막바지단계에 들어서면서 「쌀시장개방」논의가 고조되고 있으나 정부에서는 여전히 「쌀개방불가」라는 종전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또 쌀시장개방에 대한 논의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협상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언론이 잘못하고 있다는 원망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UR협상의 타결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따라 우리나라 쌀시장이 강제개방의 위기에 이르렀는데도 무조건 절대불가만 외치고 있는 정부의 대응자세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적극성」을 가지고 외교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것이다. 또 쌀시장이 불가피하게 개방될 경우 던져질 충격에 대해서도 마땅히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것이다. UR협상이 타결돼 쌀시장 개방을 피하지 못할 경우 우리가 입게되는 피해는 어느 정도가 되며, 쌀시장의 강제개방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관세 무역 일반협정을 탈퇴할 수 있을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방수용◁
우리나라가 쌀시장을 개방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어느정도나 될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값싼 외국쌀이 들어오므로 쌀가격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국내생산량의 감소, 자급률 하락, 농가소득의 감소로 이어진다는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생산자의 이익은 감소하고 농가 구매력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소비자는 쌀값 하락으로 어느정도의 이익을 볼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또 농업관련산업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쳐 농기계 비료 농약등 자재산업과 창고업 도정업등이 크게 위축될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수산부에서는 쌀시장개방과 관련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없다며 아직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농촌경제연구원이 91년께 계량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가 쌀시장을 최소시장접근방식으로 개방할 경우의 경제적인 영향을 살펴볼 수 있을뿐이다.
농업경제연구원은 수입개방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가격지지정책을 그대로 펼 경우 90년 불변 기준으로 99년 80㎏한가마당 국내가격은 9만9천9백원이 될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최소시장접근방식으로 수입개방이 될경우 값싼 수입쌀의 도입으로 국내쌀값은 99년 8만4백원(최소시장접근폭이 2∼3.3%인 경우) 또는 7만8천원(3∼5%의 경우)으로 내려갈것으로 예상된다.
쌀값의 하락은 많은 농가로 하여금 벼농사를 포기하게 만들어 쌀의 자급률도 급락, 최소시장접근을 허용할 경우 90년 현재 1백8.3%인 쌀자급률은 99년에 95.0∼97.2%로 줄어들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 분석은 90년을 기준한것으로 이후 쌀의 자급률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를 보여 자급률이 8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수입에 의한 쌀값의 하락으로 소비자들은 쌀구입비를 줄일 수 있어 99년에는 1조1천5백70억∼1조3천25억원의 이익을 얻을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의 경우에는 생산량 감소와 가격하락등으로 99년 1조3천6억∼1조4천4백68억원의 손실을 입을것으로 예측됐다. 따라서 쌀시장을 최소시장접근방식으로 개방했을 경우에도 소비자들이 얻는 수입이 농가소득 감소액보다 적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쌀은 우리민족의 상징이자 자존으로 쌀시장이 개방될 경우 식량안보의 보루와 농가경제의 근간이 무너지며 미작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우리민족의 기본정서까지 변화가 불가피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세혜택 등 상실… 수출치명타/철강·조선 등 통상마찰 불보듯/가트탈퇴
▷가트탈퇴◁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타결돼 쌀시장을 개방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했을 경우 우리나라가 쌀시장만을 지키기 위해서 GATT를 탈퇴할 수 있을것인가. UR에서 예외없는 관세화가 단서조항이나 묵시적인 양해없이 통과될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것은 바로 GATT의 탈퇴로 연결된다.
또 UR가 타결될 경우 새로운 무역기구로 다자간무역기구(MTO)가 탄생하는데 UR협상을 따르지 않는것은 MTO가입자격마저 잃는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UR타결시 쌀시장개방불가는 바로 GATT탈퇴와 MTO 미가입을 의미한다.
쌀시장 개방에 대한 외부의 거센 압력이나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논외로 할 경우 UR협상에 임하는 협상방향은 크게 5가지로 가정할 수 있다.
즉 ▲최종순간까지 쌀시장개방을 반대하고 GATT를 탈퇴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쌀시장개방불가원칙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우리나라가 관세화를 받아들이고 곧바로 쌀개방을 하는 경우 ▲개방은 하되 유예기간을 장기간 두고 최소시장접근방식으로 국내시장을 부분개방하는 경우 ▲UR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가정중 두번째이하의 가정은 우리나라의 협상력이나 UR의 진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이며 첫번째는 최악의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UR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각종 협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협상 결과가 최악으로 돼 우리나라가 GATT를 탈퇴할 경우 어떤 득실이 있을것인가를 파악해보는것도 마땅히 검토할 문제다. 정부가 어떤 일이 있어도 개방을 안한다니까 더더욱 이 경우에 대비한 준비와 검토가 있어야 할것이다.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가 GATT를 탈퇴한다면 우선 농민의 생계보호와 농업기반은 보호할 수 있다. 이에따라 다른나라들이 쌀시장을 개방하는 첫해인 95년에는 농가가 최소한 6천8백여억∼9천2백여억원의 수입감소는 피할수 있다. 우리가 쌀시장을 완전개방했을 경우에 입을 농가피해(99년 최고2조1천5백여억원추정)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최악의 경우에 이르러 GATT를 탈퇴하는 상황의 손실은 이보다 엄청나다는것이 통상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수출을 국가경제의 큰축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GATT를 탈퇴할 경우 수천가지 공산품목에서 우리나라는 UR체제내에서 관세인하의 혜택을 받고 있는 다른나라와 같은 관세인하의 혜택을 보지 못해 그만큼 수출경쟁력을 잃게된다. 또 금융, 지적재산권등의 서비스분야에서 뿐만이 아니라 주종 수출산업인 조선 자동차 철강 반도체등에서의 통상마찰이 본격화될것으로 보인다.
통상관계자들은 지금 같은 국제화시대에 더군다나 세계화 국제화 전략을 국정의 기본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는 시기에 GATT를 탈퇴한다는것은 상상하기 힘든일로 보고 있다.【박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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