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라는 수수께끼가 우리에게 악몽처럼 다가섰다. 그것을 수수께끼라고 말하는 것은 정부의 공식발언과 주변움직임의 거리가 차츰 두드러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도 「쌀시장개방은 절대로 안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이 국회에서 확인했을뿐 아니라 지난 20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청와대당국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자의 부정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블레이크섬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쌀문제가 언급된 것은 확실하다.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청와대나 백악관 모두 클린턴대통령이 「농산물관세화」에 언급했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개방과 관련한 어떤 합의사항도 없었다』는 김영삼대통령의 말은 「논의」가 없었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의 내막이 문제되는 것은 쌀문제에 대한 정부공약의 신뢰도와 관련된 국민의 의구심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의구심은 한국처럼 「쌀시장개방 절대 불가」를 외쳐온 일본의 태도변화때문에 위기의식으로 커가고 있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미국과 일본은 일본의 쌀수입 관세화를 6년동안 늦춘다는 타협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대신 일본에 대한 최소시장접근비율을 둔켈초안보다 높여서 첫해 4%, 끝해 8%로 한다는 것이다.
그 뒤를 바짝 뒤쫓아 우리쪽에서도 정부가 「관세화 유예」안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예기간 10년에 최소시장접근비율도 첫해 2%, 끝해 3.3%로 하자는 안이다.
우리는 「절대불가」를 거듭 다짐하는 정부를 믿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정부의 해명에는 의혹을 가질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또 「일본식 타협안」을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도 선뜻 뿌리치기 어렵다.
정부의 말대로 「절대불가」에 변함이 없다해도 우리가 일본식타협을 할수없는 이유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금 세계최대의 무역수지 흑자국이요, 벼농사는 농가소득의 4%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구조적인 적자국인데다, 농가소득의 22%를 쌀이 맡고 있다.
국가경제구조로 보나, 6백만 농민의 생존권이 걸려있다는 점에서나 일본과 한국은 전혀 입장이 다르다. 우리는 아직도 벼농사를 통한 식량주권을 확보해야될 입장이다.
또한 최소시장접근방식으로라도 구멍이 뚫린다면 우리의 벼농사, 따라서 전체 국민경제는 감당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협상과정에서 최대한 반영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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