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똑같다” 그리고 “다르다”/히라누마 다카시(내가본 한국 한국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똑같다” 그리고 “다르다”/히라누마 다카시(내가본 한국 한국인)

입력
1993.11.29 00:00
0 0

 ◎한일 상품·언론·성격차이 실감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통계를 보면 확실히 지난 8, 9월의 일본 관광객수는 작년의 같은기간 보다 훨씬 많다. 일본 관광객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기 때문이라고도 할수 있으나 내 개인적으로 볼때도 올해는 출장이나 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친지들이 많았다.

 『일본과 거의 틀리지 않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거리에는 자동차로 꽉 차있고 전기제품도 널려있다. 또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모습은 어떤가. 일본인과 그대로 닮았다. 일본말도 그런대로 통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살고 이곳에서 일을 하는 일본인이 되면 「다른 점」과 「어려운 점」을 쉽게 지적할수있게 된다. 처음에 접했을때 느꼈던 동일감과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게 되는 위화감의 「낙차」가 있다.

 우선 주변의 생활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품질에서 차이가 있다. 텔레비전 카셋라디오 자동차 인스턴트 라면 그리고 편의점도 일본에 있을법한 상품이나 시설은 대체로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오랜기간 이용하면 「차이점」이 강하게 느껴진다. 예를들어 인스턴트라면을 먹어보면 맛이 틀리다. 일본의 편의점에서 여러가지 도시락이 갖춰져 있어 자주 야식대용으로 사다 먹었지만 이곳 편의점에는 도시락 대신 빵 정도만 있는곳이 많다.

 매스컴도 일본과 다르다. 예들들어 종료되지도 않은 사건이 이미 종료된 형태로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이달 17일 김영삼대통령이 저녁무렵 미국으로 출발했으나 하오 8시 지나 지국사무실에 도착한 조간 첫판에는 대통령의 「안착」이라는 제목이 대문짝만하게 실려있었다. 아침에 도착할 예정이므로 기사를 쓰는 시점에서 대통령은 비행기에 탑승해 있을 터였다.

 일본에서는 기사를 쓰는 시점의 사실과 예상·예정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고있다.  「비슷하지만 다른」것이 곤혹스러운것은 인간관계이다. 얼굴모습이나 피부색이 비슷하고 말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가끔 일본인과 마주 대하고 있다는 기분으로 대화를 진행해 나간다. 여러가지 면에서 일본인과 똑같은 행동을 기대해버리고 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일본인과 한국인은 서로간 외국인인것이다. 지금 당장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곤란하지만 사고방식 그리고 행동양식에는 기본적 차이가 있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웬지 「똑같다」라고 하는것은 쉽게 안도감을 주는 까닭에 오히려 그뒤에 느끼게 되는 「차이점」의 괴리가 더 커지는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근 일한양국의 앞날에 대해 「동반자로서의 협력」이라는 표현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이것이 실현된다면 양국으로서는 더없이 좋은일 일것이다.

  동반자로서 협력하기 위해 우선 양국이 외국이며 사람도 사물도 전혀 일본과 다르다는 사실을 나자신 확실히 인식하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일본경제신문 서울지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