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식이 공부잘하기를 원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특히 한국의 부모는 더욱 더 그 기대와 정성이 지극해 너무 한다는 생각도 자주하게 된다. 그렇다고 공부가 부모의 기대와 정성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녀가 공부를 잘 하려면 여러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기본적이고 중요한 조건은 독서능력에 있다고 볼수 있다.
능숙한 운전이 편안한 여행을 하기 위한 제일의 방법이듯이 공부의 성공을 쥐고 있는 열쇠는 올바른 독서에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독서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부모들은 글을 읽고 쓰기가 어느정도 가능한 세살이 훨씬 지나서야 책읽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공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서에 대한 교육은 태어날때부터 시작된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살전 젖먹이에게 책을 놓고 가나다를 가르치라는 말이냐』고 반문할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일도 그렇듯이 독서도 준비과정을 잘 밟아나가야 한다. 집을 튼튼하게 지으려면 땅밑의 토대가 깊고 넓게 자리잡혀 있어야 하듯이 독서도 자녀들이 책을 읽기전에 먼저 토대가 튼튼하게 마련돼 있어야한다. 이것을 「독서준비」라고 한다. 독서준비만 잘 돼있으면 독서는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기들의 지능발달은 태어나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지능발달은 아기들을 둘러싼 모든 주위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아기들은 언어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라 자기의사를 표현하지 못할뿐이지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아기들의 지능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주위환경중에서 언어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고기가 태어나자마자 물에서 헤엄치며 자라듯이 아기들은 태어나면서 맨먼저 겪는 언어라는 환경에서 헤엄치면서 자란다. 언어환경에는 부모나 가족이 아기에게 직접 건네는 말뿐만아니라 가족들간에 나누는 대화나 텔레비전등 방송매체에서 나오는 말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그런데 아기에게 언어환경은 언어자체가 담고있는 의미보다는 말에 담긴 감정의 흐름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른의 세계에서 기분이 나쁘면 우선 말하기가 싫어져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언어환경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화가 나서 다정한 말대신 소리를 지르게 되거나 음성을 높이게 되면 아기에게 전달되는 언어환경은 극도로 나빠지게 된다.
한 가정의 감정의 흐름이 갈등이나 미움으로 흘러가 가족간의 대화가 끊어지게되고 냉랭한 분위기가 되면 아기의 언어환경은 심각한 영향을 받게된다. 이것은 마치 물이 말라서 물고기가 헤엄을 치지 못하거나 더러운 물에서 헤엄치면 물고기가 오염되는 것과도 같다. 언어환경은 그만큼 중요하다.
독서의 준비는 아기가 태어나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독서준비는 어떤 개인교사나 학원의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독서준비는 가족전체가 담당해야할 몫이다. 가족간의 싸움과 불화로부터 자유로운 가정이라야만 독서능력의 밑거름이 되는 건강한 언어환경을 자녀에게 제공해줄수 있는 것이다.<전정재 미캘리포니아주립대교수>전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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