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이기려면 대상독자층 분명해야/전국적 정보늘리고 기사 더쉽게 쓰길 경제학 교과서에 보면 「비교우위」라는 말이 나온다. 국가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우위인 품목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원리는 치열한 국제경쟁시대에 접어든 국내신문들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한 신문이 모든 취향의 독자들을 골고루 만족시킬 수 있던 좋은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신문역시 어떤 독자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인지 뚜렷이 해야한다. 가령 전국적인 관심사에만 치중할 것인지 혹은 지역지의 성격을 띨 것인지, 고급지를 지향할 것인가 혹은 대중지로 남을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해외 신문업계를 보면 신문의 신문간의 차별화, 계층화가 정착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경쟁시대에도 다양한 신문들이 공존할 수 있는 비결이다.
우선 전국지로서의 성격에 치중할 것이냐―지방지의 성격을 동시에 추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현재 한국일보는 중앙일간지이면서도 여러개의 지방판을 운영하면서 지방소식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지면을 토대로 평가하자면 이러한 절충전략은 다소 비효율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전국지는 중앙의 시각에서 보고 기획하다보니 지방지만큼 섬세하게 해당지역의 관심사를 다루기가 어렵다. 여러 지방판의 지면을 채우는 것도 커다란 부담이어서 허점이 생기기 쉽다. 실제로 한국일보의 지방면을 보면 다른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점이 많다. 지방면에는 중요도에 비해 크게 다루어진 기사가 많은데 이런 방식은 지면간의 균형을 깨뜨리고 지면을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
가령 11월 25일자 「영남특집」에는 「대를 잇는다」, 「나루터를 찾아」,「청백리 역사기행」, 「시비를 찾아서」등 거의 비슷한 성격의 기사가 동시에 크게 실렸다. 최근 우리문화전통에 대해 관심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획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하지만 기사의 비중에 비해 지나치게 크게 다루어지고 중복된 편집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또 한정된 취재진을 여러 지방판으로 분산시킴으로써 전국기사의 기획에 있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기 쉽다. 현재 여건을 감안할 때 지방면 특집의 크기나 횟수를 줄이고 대신 전국적인 관심사가 될 수 있고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기획, 해설기사의 개발에 더 치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전국지의 비교우위는 역시 수준높은 기획, 해설기사에 있다.
기사의 난이도가 일정하지 않은 점도 한국일보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독자들의 취향과 지적수준을 어디에 잡을 것인지, 즉 고급지인지 대중지인지를 결정해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점이 아직 미흡하다. 한국일보의 지면을 보면 대중지이면서도 아주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만이 관심으로 가질 만한 기사, 가공되지 않아 지나치게 이해하기 어려운 기사가 많이 보인다. 기사를 좀더 읽기 쉽게 하고 난이도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사작성방식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국일보는 편집방향에 있어 좀더 개성이 뚜렷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모든 주제와 지역을 다 포괄하는 종합일간지는 불가능할 뿐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폭의 확대에만 치중하다보면 결국 내용이 부실해지기 쉬운 법이다. 이제는 신문도 경쟁시대에 맞추어 내실과 경쟁력을 다져야 할 때다.<부산대 신방과 교수>부산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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