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이제서야 기지개를 켜고있다. 하지만 제조업 설비투자가 여전히 동면상태에 있어 낙관은 금물이다』 한국은행이 26일 「3·4분기 국민총생산(GNP)」을 발표하면서 우리경제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되찾기 위해선 제조업체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정치·경제환경을 조성하고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의 3대 고비용의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는 처방전이 제시됐다.◎제조업 설비투자는 여전히 동면상태/사치성소비 증가… 수출신장에 “위안”/투자환경 조성·고비용구조 깨뜨려야
한은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외견상 완만하게나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회복의 질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불안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GNP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크게 감소했다. 더구나 3분기 성장률은 추석, 대선 공약에 따른 농기계 반값공급등 일시적이고 특수한 요인에 의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회복의 대표적인 징후는 그동안 바닥을 기던 제조업, 특히 중화학공업의 생산이 수출증가에 힘입어 크게 늘어난 점이다. 또 비록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그밖의 농기계 통신 운수기기등은 투자가 늘어 전체 설비투자는 5.6%나 늘었다.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지난해 2분기이래 1년여만에 처음이다. 민간소비도 늘기 시작했고 수출도 3분기 10.3%증가에 이어 10, 11월에도 15%대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생산 소비 투자등 경제전반에 걸쳐 회복세가 분명해 보이는데도 한은은 경기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시담한은이사는 추석연휴효과로 성장률이 최고 1%포인트정도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9월초에 연휴가 있었으나 올해는 4분기인 10월초로 연휴가 이어져 조업일수가 지난해 3분기보다 이틀 많아 성장률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또 비교시점인 지난해 3분기의 성장률이 3.3%로 워낙 낮아 상대적으로 올해 성장률이 높게 나온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함께 내년부터 강화되는 특별소비세제와 실명제의 여파로 고급승용차 대형TV등 고가내구재를 중심으로 한 민간소비가 증가하고 정부의 농기계 반값공급과 통신장비구매로 이 분야 투자가 급증한것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구실을 했다. 김이사는 이런 일시적이거나 기술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3분기 성장률은 5.5%에도 못미친다고 밝혔다.
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하반기이후 두차례의 공금리 인하와 신경제계획에 따른 통화살포등 유례없는 경기부양책이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이정도 성장하지 못하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소장은 더구나 최근의 경기회복은 국내산업의 자생력회복과 경쟁력강화에 따른것이라기보다는 단순히 부양책의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고 있는 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소장은 그 증거로 제조업투자에 해당하는 일반범용기계투자가 2분기 13.1%감소에서 15.9%로 감소폭이 오히려 확대된 점과 경공업생산이 여전히 줄어들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는 사치성소비가 늘고 건설투자가 급증하는 점으로 미루어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거품현상이 재현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거시지표가 청신호를 보내고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경제가 결코 「순항중」이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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