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식 모양 갖추기에 신경 일본의 쌀시장개방 공식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개월간 진행된 미국과의 「물밑협상」의 결과가 이제 수면위로 떠오를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주요 언론은 지금까지 관세화유예기간설정을 조건으로 미일간의 쌀시장부분개방 합의설을 수없이 보도했지만 일본정부가 이를 시인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의 협상시한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국내여론과 정치권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발표시기와 방법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미일이 최근 합의한 쌀시장부분개방안의 골자는 ▲쌀관세화의 실시시기는 명시치않고 6년후에 재협상한다 ▲95년부터 쌀시장을 부분개방해 첫해에 국내 소비량의 4%, 6년뒤에 8%로 한다 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입장에서 볼때 이 합의안은 일본이 쌀개방반대 연합전선에서 이탈한다는 돌이킬 수 없는 불리한 협상여건의 조성을 의미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UR최종조정안에 미일합의안이 그대로 반영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은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관세무역일반협정 (GATT)은 UR의 포괄협정안(둔켈안)을 수정, 일본의 쌀시장개방에 대해 관세화6년유예, 개방6년후 재협상을 조건으로 하는 「포괄관세화 특별조치」를 담은 최종조정안을 내달 15일 전에 제시키로 했다.
일본총리 관저에서는 『쌀시장은 개방하되 이 특별조치로 인해 호소카와(세천호희)총리의 쌀관세화저지공약은 일단 지켜졌다』는 얘기를 흘리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총리관저의 이같은 주장은 쌀시장개방에 반대하고 있는 연립여당내 사회당과 농민들에 대한 국내설득용이고 일본내 분위기는 쌀관세화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한부 관세화저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6년후 관세화수용에 관한 재협상에서 일본이 미국의 공세에 버틸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쌀시장개방에 대한 찬반논의는 이미 오래전에 개방론의 판정승으로 끝났었다. 주요 언론이 수년전부터 앞장서온 쌀개방론은 올여름의 냉해에 따른 쌀흉작으로 쌀을 긴급수입키로 함으로써 일본국민들사이에 기정사실화되어왔다.
쌀개방반대학자모임인 「벼정책연구회」가 『쌀관세화는 일본농촌의 파멸을 몰고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경단련등 일본재계는 개방추진과 학자모임인 「정책구상포럼」의 『관세인하율과 긴급수입제한 등의 방어장치를 활용하면 쌀수입량이 국내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을 지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점차 여론을 주도했다.
일본농수산부는 ▲쌀시장을 부분개방하더라도 현행 식량관리법을 유지, 수입쌀은 정부가 관리하고 ▲농가의 생산의욕고취방안과 쌀비축량확대등 개방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준비해왔다.
따라서 내달1일 미·유럽공동체(EC)간의 재협상 결과 양측의 합의가 확실해진 것을 본후 UR협상시한인 내달15일전에 『미·EC가 합의를 했으니 일본도 하는 수 없다』며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 호소카와총리가 직접 발표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도쿄=안순권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