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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질척거릴 시간 없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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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질척거릴 시간 없다(사설)

입력
1993.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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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국회가 종반에 와서 교착에 빠져있다. 막바지 줄달음을 쳐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인데 벌써 며칠째 질척대고 있으니 국회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은 안타깝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이 닷새밖에 남지 않았고 정기국회도 3주만 지나면 폐회(12월18일)된다. 이처럼 시간이 촉박한데도 여야간에 절충이 제대로 안돼 국회는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처리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또 설사 시한내에 통과된다 하더라도 졸속 심의가 걱정된다.

 예산안 뿐만아니라 주요 개혁립법작업도 마찬가지이다. 자칫 이번 회기를 넘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회운영이 이처럼 수렁에 빠진것은 안기부법개정등에 대한 민자―민주당의 의견대립 때문이다. 민주당은 예산안과 정치관계법을 연계시켜 병행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은 두가지가 별도의 사안이기 때문에 따로 처리해야 한다며 예산안 심의부터 하자고 맞서있다.

 일반적인 상식에서 판단할 때 안기부의 수사권 폐지를 관철하기 위해 예산안을 인질로 잡겠다는 발상은 잘못된것 같다. 예산안 심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기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이다. 따라서 무슨 명분으로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성질의것이다. 여야의 당리당략에 좌우된다는것은 말이 안된다. 예산안은 여당이나 야당을 위한것이 아니다. 전체 국민을 위한 나라 살림살이가 바로 예산안이다.

 그리고 법정시한을 넘긴다는것은 곧 헌법을 위반하는것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가.

 예산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법정시한안에 처리해야 한다. 이 대전제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민자당과 민주당은 그동안 여러가지 형식의 절충을 시도했지만 서로가 자기 주장만 고집해 실패를 거듭했다. 그래서 김영삼대통령의 귀국을 계기로 여야 영수회담을 열어 보다 높은 차원의 정치적 타결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과거와 같은 유형의 정치행태를 그대로 되풀이 하려는 기도같다. 그러나 국회가 해결해야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청와대로 가져간다는것은 모양이 좋지않다. 엄연한 3권분립의 권력구조에서 국회와 정부간의 관계를 생각하더라도 대통령이 국회가 할일까지 장악하는 모습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이만섭국회의장이라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서 여야를 거중조정하는 일부터 서두르는게 순서일것이다. 국회의 고유 임무를 번번이 청와대에 가서 해결한다는것은 국회가 스스로 자률권을 포기하는 행위라는것도 한번쯤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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