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단순한 학생운동이 아닌 혁명운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순수성을 잃었으며 체제부정을 통한 민중정부 수립을 요구하는등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물들었다」 1991년 여름에 열린 전국 총·학장회의에선 이런 발언이 나왔다. 당시 정원식국무총리서리에 대한 집단폭행이 있은 뒤였다. 대학과 운동권이 함께 위기를 느꼈다. ◆우리의 학생운동은 정치현실과 직결되어 있다. 반독재투쟁으로 연면히 이어온 학생운동은 이념투쟁이 가세하면서 과격화와 분열로 치달았다. 지난87년 대통령선거때는 운동권 내부 노선의 갈등으로 분열상을 드러냈다. 그때 김대중후보를 비판적으로 지지한 전대협등 민족해방(NL)계열은 야당과의 연합을 주장했고, 반면 민중민주(PD)계는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밀고 나왔다. ◆하지만 운동권은 이미 대중기반을 상실하고 있었다. 주체사상, 인공기게양, 과격시위는 순수한 학생운동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그보다 먼저 대학을 해방구역이니 뭐니 하며 떠들어댄것부터가 정상궤도의 이탈이라는 인상을 깊게 심어주었다. 시민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회의에서 반감으로, 다시 분노로 변하면서 운동권을 보는 시각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변화는 대학 안에서 일어났다. 이미 91년부터 학내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념은 뒷전에 밀리면서 현실문제가 부각되었다. 지난해 9월 경실련대학생회가 서울대에서 발족하면서 그 징후가 나타났다. 이들은 혁명이 아닌 법과 제도의 점진적 개혁을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자고 주장한것이다. ◆요즘 대학에서의 총학생회장 선거는 학생운동이 전기를 맞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 일변도의 해방·투쟁·반독재에서 교육개혁·환경·학내복지의 구호가 우세하다. 실제로 비운동권의 당선이 괄목할 정도이다. 대학과 대학인이 이제 정상을 회복하는 조짐인것 같다. 잘못은 고쳐가는게 배움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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