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 갈수록 혼전 양상/선거후 정국재편 확실 내달 12일 총선을 앞두고 러시아 각 정당들이 중간 표 점검에 바쁘다. 이미 TV등 대중매체를 통한 선거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비보르 러시아(러시아의 선택)등 각 정당들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득표 정당이 없을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총선후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해 판세분석에 열중하고 있다.
「대통령의 당」임을 내세운 「러시아의 선택」은 당초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새로 구성될 하원격인 국가두마에서 과반수의석을 차지하고 옐친대통령의 급진개혁정책을 미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내부전략을 세웠다. 러시아 시사주간지 모스코프스키 노보스티 최신호에 따르면 러시아의 선택이 압승할 경우 예고르 가이다르제1부총리가 총리를 맡는등 개혁의 전면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종반으로 갈수록 혼전양상을 띠고 있는 현 선거분위기로 볼때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러시아의 선택은 경제정책공약을 급진개혁노선에서 온건노선으로 바꾸는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가이다르는 중립입장에 있는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를 끌어들이려는 물밑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며 샤흐라이부총리가 이끄는 러시아통일화합당, 소브차크 상트 페테르부르크시장의 러시아민주개혁운동, 야블린스키전소련부총리의 정파등 범개혁파의 대동단결을 주장하는등 연합전선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체르노미르딘총리는 지난23일 투르드지와의 회견에서 샤흐라이의 러시아통일화합당 지지의사를 재확인, 러시아의 선택과의 연대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범개혁정파들도 독자적 노선을 강화하는등 러시아의 선택과 일정거리를 두고 있음을 더욱 분명히 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해볼 때 러시아의 선택은 총선에서 약 30%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또 러시아통일화합당·야블린스키정파등 범개혁정파들은 10∼20%, 러시아공산당·농업당등 보수정당이 20%, 시민동맹등 중도파가 나머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각정당이나 정파들은 선거를 앞두고 급조됐기 때문에 선거이후 이합집산 과정을 거쳐 선거전과는 다른 정계판도를 그려낼게 분명하다.
러시아TV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이토기」의 정치평론가 게오르기 사타로프는 『선거이후 러시아의 선택을 비롯한 각 정파들이 이합집산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시민동맹등 중도세력들이 심한 자리이동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결론은 총선에 참여한 13개 정파가 5∼6개의 정당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선택도 총선이후 일부 세력과 결별하고 자신들의 노선에 동조하는 의원들을 각개격파식으로 영입, 의회내의 최대세력으로 부상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두마 초대의장자리를 노리는 샤흐라이 역시 통일화합당이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경우, 이를 이용해 군소세력들을 영입한다는 구상아래 대상을 탐색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총선결과에 관계없이 외부세력을 영입해 제1당의 자리를 노린다는 계산이다.
공산당과 농업당등도 보수파 무소속 의원등을 끌어들여 확실한 제1야당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중간 표 점검에 분주하다.
일부 러시아 정치분석가들은 총선거이후 전개될 이같은 정국 주도권싸움이 과거 최고회의와 똑같은 상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아무튼 러시아정국은 선거이후 또다시 과도기적 진통을 겪을것만은 분명한 것같다.
이번 총선에서 한석이라도 의석을 많이 차지하는 정파나 정당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과도기적 상황이 보다 빨리 수습될 가능성도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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