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시절의 교훈” 교민에 긍지심어 김영삼대통령이 4일간의 워싱턴 방문을 마치고 24일 앤드루스공군기지를 떠나 귀국했다. 김대통령의 방미는 그의 일정을 지켜본 워싱턴 한인들에게 긍지를 심어주었다.
한국이 미국의 원조를 받던 때가 바로 엊그제인듯 한데 한국대통령이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이처럼 흐뭇한 대접을 받는다는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김대통령은 아메리칸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면서 총장과 이사장으로부터 『케네디대통령처럼 세계인들에게 민주주의의 꿈과 희망을 주었다』는 치하를 들었다.
국제문제연구소(NDI)에서 해리만 평화상을 받을때는 클린턴대통령까지 참석해 김대통령이 한국민주주의와 세계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기도 해 행사에 참석한 한국인들은 누구나 긍지를 갖지 않을수 없었다.
김대통령은 당당했다. 한국이 대국도 아니고 대통령재임기간이 길어 권위축적이 많은 입장도 아니었지만 학위를 받을때나 평화상을 받을때나 또는 백악관에서 클린턴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가질때나 「의」와 「이」가 잘 구별되지않는 경상도말을 그대로 하면서도 의젓했다. 영어가 아니면 듣는척 하면서도 듣지 않는 미국인들도 통역말이 나올때를 기다려 경청하고 박수를 치곤 했다.
예전과 같은 반대 데모도 없었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김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상회하고 있는 입장이니 새 민간정부야말로 정말 순풍에 돛을 달고 거칠것 없이 항해한다고 볼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대통령 스스로가 일생을 바쳐 추구해온 민주주의라는것이 과연 압도적인 다수를 믿기만 하면 되는것인지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 왔다는, 자유와 민주의 나라, 미국은 적국과의 전쟁선포를 단행하는 바로 그 얼마간의 순간들을 빼 놓고는 어떤 위대한 대통령도 평소에 80%이상의 지지를 계속 받는 일이 없었다.
민주주의란 토론에 너그럽고 실천에는 매정해야 성공하는 주의이며 민주주의 지도자는 자신에게 냉혹해도 타인에게 너그러운 사람이어야 하는것이다. 부시전대통령이나 클린턴현대통령도 인기가 걷잡을수 없이 떨어지고 있을때 정부건 민간이건 쟁점에 대한 토론을 봉쇄해버렸다면 인기하락을 금방 막을수 있었을것이다.
민주주의에서의 강한 지도자상은 토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것과 토론과정을 거쳐 일단 결정된 정책을 무자비하게 밀고 나갈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김대통령은 이번 워싱턴 방문중 「나의 어려웠던 시절」 얘기를 많이 했다. 교민 리셉션에서도 『여기 나의 어려웠던 시절 장거리전화로 또는 편지로 이모저모로 나를 도와주고 고생을 같이 한 많은 여러분을 만나게 돼 감동과 감격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고 NDI 수상연설에서도 NDI가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에 많은 도움을 준것을 잊지 않고 있다고 감격적으로 말했다. 그는 특파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도 『여기 내가 어려웠던 시절 도와준 사람들이 다 와 있군』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누구든 지난날의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고 그 과정을 되돌아 보는것은 흐뭇한 일일수 있다. 어려운 시절을 이긴것은 인생을 지킬수 있는 큰 에너지가 된다. 그러나 그 에너지가 어떤 모습으로 추진력을 만들어내는가에 따라 결과가 전혀 음양 양편으로 나타날수 있다.
링컨은 어려운 때를 통해 모든 에너지를 관용과 박애에 뿌렸다. 그러나 그런 에너지를 미움과 자기방어와 파괴에 쓴 지도자도 얼마든지 있다.
김대통령은 한국군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이 쳐내려 오지 못한다고 공동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한국군이 강한 이유는 정치군인들을 몰아내고 직업 군인이 군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군의 힘은 과학적이고 보다 종합적인 입장에서 분석된후 결론이 나는것이다. 정치군인을 몰아내는 것이 전력강화의 한 요인이 될수도 있겠지만 남북대결과 같은 상황에서는 특히 좀더 광범하고도 과학적인 조사가 있은후 한국군이 북한군을 이길 정도로 강하다는 결론을 내려야할것이다. 김대통령이 어려웠던 시절의 입장에서 사안을 결론짓고 인의 장막을 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백악관공동기자회견장에서 들었다.
자신에게는 냉혹하면서도 토론과 다양성인정에 보다 관용하는 지도자모습이 앤드루스공군기지를 떠나는 김대통령에게 덧입혀지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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