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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온 「미국의 장미꽃」/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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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온 「미국의 장미꽃」/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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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런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은 21일 유럽유력일간지의 워싱턴특파원 8명을 국무부에 초청했다. 그의 회견자청이 이례적인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회견이 유럽언론들에 큰 관심을 끈것은 시기적으로 아태경제협력체(APEC)회담이 끝난 직후이기 때문일것이다. 몇몇 신문의 제목을 보자.

 「미국은 유럽을 바라보고 있다」(르 피가로·불) 「중심은 유럽에, 희망은 아시아에」(파이낸셜타임스·영) 「미국, 유럽과의 관계개선 모색」(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파리발행).

 크리스토퍼의 회견은 이같은 신문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외교정책 전환에 대한 유럽의 우려와 조바심을 달래기 위한것으로 일단 보여진다.

 사실 최근의 유럽은 세계정세의 중심축에서 멀리 비켜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비준과 APEC회의로 세계뉴스의 초점은 태평양지역으로 옮겨갔다. 대신 유럽은 마감시한을 3주남긴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최대의 「문제아」처럼 부각됐다.

 미국은 최근 이같은 분위기를 확실히 적시한 바 있다. 크리스토퍼장관은 지난달말 한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미국은 너무 유럽중심적인 정책에 매달려왔다』며 『유럽은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적 발상에 젖어있다』고 일침을 가했었다.

 냉전시대와 비교하면 유럽의 역할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EC통합에 대한 유럽의 강력한 의지는 이같은 의식을 더욱 반영하는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질서의 중심축이 정말 대서양 연안에서 태평양 연안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의 번복성 발언이 비록 유럽의 소외감을 다독거리는 제스처의 성격이 있음을 감안해도 유럽은 그의 말대로 여전히 미국의 최우선 이해지역이며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세계 정치경제의 또하나의 중심이다.

 하나의 화폐를 지향하는 유럽통합은 「현실」이고 아태공동체는 아직 「꿈」의 단계일 뿐이다. 대서양에 대한 꾸준했던 관심이 「아태무드」로 식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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