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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 노이로제/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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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 노이로제/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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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시민으로 살다보면 해묵은 영수증을 찾느라고 애를 먹은 경험이 으레 있게마련이다. 세금이나 범칙금을 분명히 냈는데도 한동안 세월이 지난뒤 어떤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미납 최고장을 받는 경우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그때 영수증을 찾지 못하면 꼼짝못하고 세금이나 범칙금을 다시 내는 손해를 면할 길이 없다. 시민이 내야할 세금을 안냈거나 교통법규등을 어겨 물게되는 범칙금을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내지 않았다면 과태료까지 가산해 내야하는것은 너무나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분명히 낸 세금이나 범칙금을 징수기관의 행정착오나 실수로 다시내라고 할때, 그것을 입증할 영수증이 없어 또 내야한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시민들은 영수증 보관에 나름대로 지혜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만일의 경우에 보호장치일뿐이다. 미납세금에대한 과정상의 잘못이 행정에 있다해도 시민이 구제받을 길은 전혀없다.

 하지만 잦은 이사와 복잡한 현대도시생활속에서 영수증을, 그것도 몇년씩이나 묵은것들을 언제 찾아도 쉽게 찾아낼만큼 잘 보관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로 인해 영수증 노이로제증세가 시민들에게 생겨났는지 모른다.

 서울시당국자의 설명을 들으면 세무행정전산작업이 거의 이뤄졌고, 시세납부율이 96.5%나 돼, 낸 세금을 안냈으니 다시 내라는식의 행정착오는 거의 없다는것이다. 그리고 요즘 해묵은 미납세금을 내라고 독촉장을 대거 발부한것(한국일보23일자 31면보도)은 세정전산화작업이 이뤄지면서 뒤늦게 발견된 미납자들에 대한 필연적인 조치라는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전부 사실일까.

 당하는 시민들의 하소연은 그렇지가 않다. 4∼5년전에 낸세금을 다시 내라는 최고장을 받고 겨우겨우 찾아낸 영수증을 갖고 가 제시하면 행정착오라면서 미안한 기색도 보이지않는 공무원의 자세에서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는것이다.

 행정의 전산화다, 쇄신이다하는 판국에 세금이나 범칙금등에 대한 납부입증책임을 납세자인 시민들만이 져야하는 행정편의위주 관행은 개선할 수 없는것일까. 그를 위해 시민들은 케케묵은 영수증을 얼마나 오랫동안 신주모시듯 보관해야하는 번거로움으로 언제까지 영수증노이로제에 시달려야 하는것일까.

 지방세법 27조3항에는 징수기관은 미납세금에대해 납기후 20일이내에 독촉장을 1회 발부하도록 돼있다. 그후 최고장은 필요에 따라 할 수 있다. 지방세법30조2에는 조세채권시효를 5년으로 규정하고있다. 이는 역으로 해석하면 각종세금을 내고서 받은 영수증을 5년을 보관해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세금이나 범칙금을 은행이나 우체국등 금융기관에 간접납부하는 제도가 일반화됐고 독촉장이나 최고장은 징수기관이 직접 인편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우편을 이용하다보면 그과정에서 착오나 실수는 생길수 있다. 그과정에서 생기는 책임을 납세자가 일방적으로 질 수 밖에 없도록 된것은 행정편의의 소산이고 잔재다.

 아무리 조세채권시효가 5년이라해도 미납한 세금이나 범칙금을 3∼4년 넘도록 놓아뒀다가 시효가 임박해서 내라고 독촉하는 징수기관의 직무태만에대한 책임이 없대서야 어찌 시민들이 행정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주소변동이 심하다든가 우편배달상의 잘못까지를 납세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징수기관의 인력부족이나 업무착오로 낸세금을 다시 내라는식의 전근대식 징수행정은 이제 사라져야한다.

 그러자면 조세채권시효5년을 절반정도로 단축해야하고 완벽한 세정전산화를 서둘러야한다. 그리하여 기한내에 징수하지 못한 세금이나 범칙금에 대한 거증책임은 1차적으로 징수기관이 진다는 새로운 원칙이 행정에 도입돼야 한다. 권위주의 행정과 행정편의주의를 쇄신하는 정부개혁작업은 시민들의 영수증 노이로제부터 없애주는데서 출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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