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안의 일괄타결을 위한 여야 영수회담은 언제,어떤 형태로 열려 어떤 절충점에 이를까. 한때 26일 청와대에서 있을 김영삼대통령의 귀국설명회직후 별도로 영수회담이 열릴것이란 추측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가 급박한 영수회담의 개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사전조율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이달말께나 회담이 열릴 수 있을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야가 영수회담을 거론하게 된 사정은 민주당이 개혁입법등과의 연계전략을 굳힌 예산안의 처리시한(12월2일)이 임박하고있는데도 안기부법개정등 주요정치쟁점의 해결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면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공통인식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돌파구가 없어 여야는 기대와 결과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표하며 영수회담의 성사를 주목하고있다.
○…민자당은 은근히 영수회담을 통한 현안의 일괄타결에 기대를 걸면서도 3역회담등 사전조율을 위한 절차를 우선 강조하고있다.
김영구총무는 25일 『총무회담과 3역회담등을 통한 해결노력을 충분히 해보지도 않고 영수회담부터 거론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해 우선은 내주초에 열릴 예정인 3역회담등을 통해 국회차원의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고위당직자도 『아직 시간적인 여유도 있는데 미리부터 서두를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지극히 원칙론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협상교착을 최소한의 양보만으로 타개해보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즉 영수회담을 열 경우 어차피 야당에 무엇인가는 주어야 할텐데 서둘러 회담을 열게 되면 야당측의 추가요구를 막기 어렵다는 계산을 한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예산안 처리시한 막바지까지 회담시기를 늦추고 3역회담등을 통해 쟁점을 압축한 다음 최종타결을 김대통령의 몫으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의 대세가 되고 있다.
그러나 3역회담등의 한계가 분명해졌고 야당의 「연계방침」으로 국회의 파행이 불을 보듯 뻔한만큼 영수회담은 필연적 절차이며 김대통령의 정치력으로 보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것이란 기대가 당내에 무성하다.
○…민주당도 급박한 영수회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국회차원의 절차를 강조하기는 마찬가지.
이기택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민자당이 제의한 3역회담결과를 지켜보고 영수회담을 거론해도 늦지 않을것』이라며 『당장 만난다고 뭐가 되겠느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애초에 26일의 김대통령 귀국설명회 자리를 빌려 영수회담을 먼저 제의할 예정이었던 민주당의 이같은 태도는 급작스레 회담이 열릴 경우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판단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모처럼의 영수회담이 그저 잔치뒤풀이처럼 소홀히 치러질 가능성에 대한 불쾌감도 상당한 작용을 한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측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회담을 제의할 것이란 일부의 관측에 대해 이대표가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안기부법개정등의 주장이 일단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어 예산안처리와의 연계방안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위에 다소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로 상황이 닥치면 마땅한 행동을 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김대통령의 행태로 보아 예산안 처리시한을 넘길 경우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을것이란 우려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쟁점추출절차를 거쳐 자연스레 영수회담으로 최종타결을 넘기겠다는 입장 또한 여당과 궤를 같이 하고있다.【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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