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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압력」이라는 한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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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압력」이라는 한파(사설)

입력
199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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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대통령이 25일 8박9일간의 미국방문에서 돌아왔다. 사실 그동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이펙)가 국내의 관심을 압도한것 같은 상태였다. 태평양연안 15개국의 지도자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뜻에서 만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뚜렷한 골격이 잡힌것은 아니지만 이로써 장기적인 대화의 무대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기대를 가질만 하다.

 그러나 장기적인 기대와는 따로, 당장 우리 앞에 나타날 새로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따지고 넘어가야 할것이다. 그것은 이번 에이펙 지도자회의의 주최국인 미국의 「통상압력」이다.

 이미 보도된것처럼 에이펙각료회의나 지도자회의에서는 자유무역의 원칙과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의 성공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지지를 못박았다.

 이것은 에이펙회의 주최국인 미국이 강력하게 주장해온 통상정책의 큰 원칙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에이펙회의는 미국의 클린턴행정부가 의도했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해야 할것이다.

 뿐만 아니라 클린턴행정부는 에이펙회의를 전후해서 미국의 통상정책 내지 대외정책이 유럽보다는 아시아·태평양쪽에 비중을 둘것임을 강조했다.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서유럽은 더 이상 세계의 지배적지역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무역대표부의 캔터대표는 『경제·안보면에서 아시아가 최우선 관심대상』이라고 말했다.

 클린턴대통령은 보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무역정책이 아시아의 시장개방을 겨냥할것임을 밝혔다. 그는 『가장 역동적인 미국의 수출시장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있으며, 미국민은 대서양 건너편과 함께 태평양건너편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량은 이미 유럽보다 에이펙지역이 많다. 미국은 총무역의 40%를 에이펙14개국과의 사이에 기록하고 있으나, 유럽공동체(EC)12개국과의 거래는 35%에 머물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이번 에이펙지도자회의의 여세를 몰아 동아시아 각국에 대한 시장개방압력을 강화할것으로 보인다.

 클린턴대통령은 김영삼대통령과의 백악관회담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강조한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로서는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에서 최대의 난제인 쌀문제가 심각한 압력으로 작용할것이다.

 이번 에이펙지도자회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협력이라는 장기적인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시장개방이라는 무거운 짐을 떠맡긴 꼴로 끝났다. 우리로서는 쌀의 개방을 핵심으로 하는 중대한 도전임에 틀림없다. 일본이 쌀문제에 최소한의 개방을 받아들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것도 우연은 아닐것이다. 앞으로 정부의 보다 솔직한 대응을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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