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들 재량권도 없어/조정회부 올10여건 불과 당사자끼리 합의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는 민사조정제도가 활성화되고 있으나이 제도를 앞장서서 이용해야 할 정부의 소송담당공무원들이 외면하고있다.
이에따라 손해배상소송등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국민들이 민사조정제도를 통해 한달 이내에 끝낼 사안을 3∼4개월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정식재판에 따른 증거제출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가소송수행자들인 공무원들이 재량권을 발휘해 민사조정제도를 활용할 경우 자칫 감사에서 지적될것을 우려, 정식재판에 넘겨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한데다 수행자들이 법률지식등 전문성이 결여돼 정식재판에만 의존하려 하기 때문이다.
서울민사지법(법원장 가재환)이 24일 발표한 민사조정제도 실시보고서에 의하면 90년 한해동안 27건이던 조정건수가 전담재판부가 생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동안에만 1천21건으로 급증, 민사조정제도가 본궤도에 오른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정전담재판부인 이 법원 41단독(재판장여상훈판사)이 올 3∼8월에 처리한 조정건수는 2백1건이며 이중 국가가 당사자인 사건은 1건도 없었다.
전담재판부가 조정하기에는 사안이 복잡하고 전문가 의견이 필요하거나 소송가가 거액인 사건을 조정하는 이 법원 조정위원회에 회부된 1백55건중에도 국가상대 소송은 1건도 없는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교통사고등의 손해배상소송을 전담, 자체적으로 조정을 실시하는 손해배상전담 재판부에서 조정된 6백65건에서도 국가상대소송사건은 10여건에 불과했다.
이같은 통계는 올 1∼9월에 접수된 국가상대소송사건이 1천8백18건이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상대소송사건의 조정회부 비율은 극히 낮은것이다. 여판사는 『승패를 첨예하게 다투지 않고 액수조정만 필요한 국가상대손해배상소송이 조정에 회부되지 않는것은 소송수행자들에게 재량권이 없는데다 사후 감사등을 의식, 이 제도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인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가상대소송은 대부분 각 기관의 사무관이하 법무담당자가 수행하며 중요사건에만 변호사가 선임되거나 송무담당 검사가 직접 수행하고 있다.
서울민사지법 이현승판사는 『법률지식이 있는 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임명, 재량권을 부여하고 조정결과가 감사때 자의적인 판단으로 지적받지 않도록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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