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중국과 소련지역에 살고있는 교포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자는 내용의 칼럼 「무정한 조국」(11월 23일자)을 쓴후 한 중국교포의 전화를 받았다. 장춘시 외국어중학교 수학교사였다는 그 여성(52)은 그곳 동포들의 소식지인 「참고소식」에서 『한·중 교류가 늘어나면서 한국에는 중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교사가 부족하다』는 글을 읽고 작년 11월 서울에 왔다가 오도가도 못하는 불법체류자가 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한국에 오는 수속비로 그곳돈 2천5백원, 기차값 비행기값으로 2천4백원 정도를 썼는데, 그의 교사월급이 3백원(우리돈으로 3만원정도)이니 17개월치 월급을 쓴셈이다. 선물을 준비해온것까지 합치면 4년치 월급이 들어갔다고 그는 말했다.
서울에 올때 그는 1개월 비자를 받으면서 한달, 한달씩 두번은 연장할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가 오자마자 중국교포들의 불법취업이 문제가 되어 비자연장이 매우 까다로워졌다.직업도 못구한채 한달이 흘렀는데, 돌아갈 차비도 없었고, 4년치 월급을 쓰고와서 빈손으로 돌아갈수도 없었다. 그는 결국 불법체류자가 됐다. 외국어학원이나 기업들중에는 그를 채용하고 싶어하는곳도 있었지만, 불법체류자란 사실을 알면 고개를 저었다.
강원도 태생으로 광복전 부모를따라 중국에간 그는 연변대학 어문학부를 졸업하고 다시 수학을 전공했는데, 자기자신이 한국인이며 인텔리라는 긍지를 갖고 살아왔다. 서울에 올때도 그는 많은 책을 들고왔고, 김포공항 세관에서 『중국교포들중 책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오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 온후 그는 한국인도, 인텔리도 아닌 삶을 살고 있다. 그는 팔십노인의 수발을 들면서 생활비를 벌고있고, 불법체류가 겁나 외출도 못하고 있다. 불법체류 벌금으로 1백80만원이 나오자 비관자살했다는 중국교포 림호씨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은후에는 늘 눈물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중국교포들은 남한사람들보다 못살지만, 우리보다 더못사는 북한사람들을 어떻게든 도우려고 애씁니다. 누가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한사람들이 중국에 다니러오면 우리는 입던 옷가지라도 벗어주곤 합니다. 같은 민족인 북한사람들이 비참하게 사는것이 가슴아파서 있는것 없는것 박박 긁어서 한보따리 싸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남한은 이렇게 잘살면서 동족인 우리를 완전히 타국인으로 대접하니 섭섭합니다. 파키스탄인, 필리핀인과 우리는 다릅니다. 우리는 같은 동포가 아닙니까. 조국에 와서 돈벌고 기술배워 중국에 가서 자리잡고 살면 결국 우리민족의 힘이 커지는 것 아닙니까』
그가 「불법체류자」가 된것은 그자신의 판단잘못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인력난과 교포들의 요구를 연결짓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우리는 가난해도 북한동포들을 힘껏 돕는데, 잘사는 남한은 왜 우리를 동포로 생각해주지 않느냐』는 그의 항변을 새겨들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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