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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다리지만 시한은 있다”/「북핵대응」 미국측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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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다리지만 시한은 있다”/「북핵대응」 미국측 시각

입력
199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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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양보카드는 유보/제재대비 중국설득 병행 23일 하오 백악관 이스트룸에는 1백20여명의 백악관출입기자와 김영삼대통령을 수행해온 한국기자들이 빽빽이 앉아 한미 양정상의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악관정례기자회견실은 정원이 불과 42명으로 복도에 서는 인원을 합해도 50∼60명을 넘지않는다. 그러나 이스트룸은 주로 정상회담을 결산하는 공동기자회견장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참석기자들이 많아 대통령이 들어오기전에 자리가 정리되는것이 상례다. 하지만 이날따라 기자들은 무려 40분을 기다려서야 『2분후 대통령이 들어선다』는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40분이나 정상회담시간이 지연되자 기자들은 무슨 일이냐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백악관출입 40년인 UPI통신의 헬렌 토머스기자는 옆자리의 기자를 힐끗 바라보며 『일이 잘못되는 모양이야. 무슨 대북한양보안 또는 강경책을 두고 양측 의견접근이 안되는 모양이야』라고 중얼거렸다. 백악관이나 국무부에서 늘 북한핵문제를 추적하는 기자들은 한미 양국이 이번 공동기자회견에서 적어도 무작정 북한을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할것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예정시간보다 무려 40분이나 늦어지는것을 심상찮게 여기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두 대통령은 공동회견을 통해 이견차가 있었다거나 합의안된 사항이 있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특별히 진전된것도 없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것이라는 기대를 무너뜨려버렸다.

 김대통령이 공식회견과 뒤이은 워싱턴주재 한국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사항은 ▲팀스피리트훈련의 중지결정은 한국정부가 하고 ▲일괄타결안이라는 용어를 「최종해결을 위한 광범하고도 철저한 노력」으로 바꾼것 정도다.

 구체적으로 언제 대북한재재에 들어갈것인지, 언제까지 핵사찰의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유엔제재로 갈것인지등의 최후통첩성 합의는 아무것도 없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유엔제재문제에 관해 『이 문제는 시애틀의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때 중국 및 일본등과 협의했으나 결코 매력적인 선택은 아니라는것이었다』고 말해 제재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심각하게 논의되지는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결과적으로는 북한에 시간을 더 주기로 하고 김영삼―클린턴간 워싱턴정상회담은 끝을 맺은것이었다. 시간을 어느 정도 더주기로 한것인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동안 강경파들이 주장하던 최후통첩이나 협상중단으로까지는 발전하지 않은 셈이 됐다.

 이번 결정은 일단 세가지 가정중 하나로 추론해 볼 수 있다. 강경한 미국방부와 국가안보위원회가 비교적 온건한 대화방법을 고집해온 국무부의 주장을 꺾지 못했거나 한국정부가 미국방부의 주장에 강력히 반대, 결국 북한에 좀더 시간을 주기로 했거나 또는 팀스피리트중지, 관계개선등 미국의 새로운 양보카드를 한국정부가 반대하면서 더 많은 양보보다는 현상유지를 고집했을 가능성중 하나에서 나온 결과라고 볼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얼마간의 시간을 더 줄 경우 한미 양국이 그동안 무엇을 할것인지는 짐작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을 달래는것이고 둘째는 중국을 설득해 만일의 경우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를 지지해 주도록 설득작업을 벌이는것이다. 현재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는 중국을 통하지 않고는 거의 무의미하기 때문에 중국 설득이 매우 중요한 일로 남게된다.

 김대통령의 표현대로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을 주는것은 아니지만 북한에 준 얼마간의 시간동안 중국을 설득해 북한제재에 합류시키든가 아니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일을 해야한다. 이중 어느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달성한다면 북한핵문제해결의 어려운 조건들이 풀려나갈 수 있을것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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