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3사가 앞다투어 대대적인 설비증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자동차」논쟁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현대 대우 기아등 자동차 3사는 2000년까지 자동차 생산능력을 5백만대이상으로 확충, 세계5대 생산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이달들어 잇따라 밝혔다. 자동차업종은 올해 수출이 30%이상 늘어 「효자」산업 구실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서너달 주문적체는 예삿일 정도로 내수 수요도 폭발, 물건이 달려 못파는 판이니 하루라도 설비확충을 앞당기고 싶은 건 당연하다 하겠다. 연초이래 설비투자 회복이 시원치 않아 주름살을 못펴던 정부로서도 업계가 제 흥에 겨워 투자를 늘린다니 꽤 만족스럽게 됐다.
그러나 자동차 3사의 설비증설 소식에 상공자원부 관계자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서 설비확충계획을 실제보다 너무 뻥튀기한 느낌』이라고 못마땅해 한다. 업계가 경쟁적으로 설비확충을 떠벌리는 통에 삼성그룹의 승용차산업 신규진입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게 됐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삼성에 승용차 진출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업계의 일관된 논리는 자동차산업이 석유화학처럼 중복과잉 투자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것이었다.
그런데 사상 초유의 호황을 맞아 자동차업계가 스스로 생산설비를 현재보다 2배이상 늘리겠다고 나섰으니 제 발등을 찧는 모순에 빠진 결과가 아닌가. 기존 업체의 설비는 아무리 늘려도 과잉투자가 아니고 새로운 업체가 뛰어들 경우 영락없는 중복투자라고 몰아세울 수는 없다는게 바로 상공부의 고민이다. 25일 산업연구원(KIET) 세미나에서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아직 상당기간 중복투자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취지의 연구결과를 외국인 학자가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아자동차 주식매집 의혹으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삼성측이 모처럼 반격 기회를 잡은 셈이어서 향후 「자동차」논쟁의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