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좌·우당 선택… 정치불안 가중/연정세력 내년 예산안 통과 부담 지난 21일 치러진 지방선거로 이탈리아의 기성 정치 집단이 몰락하고 불안한 좌우 양극단 세력이 일어섰다. 중간 개표 결과, 최대 정당인 기민당을 비롯해 연정 구성세력인 사회당(제2당), 자유당, 사민당은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4개정당의 득표율은 모두 합쳐도 15∼16%에 그칠것으로 전망돼 현집권 연정세력은 의회에 계류 중인 내년도 예산안 통과에도 큰 부담을 안게됐다.
이에반해 옛 공산당의 후신인 좌익민주당과 좌파 연합 세력들이 전국 주요도시에서 최다 득표를 올리며 최대정치세력으로 떠올랐고 그 반대켠에 있는 극우 이탈리아사회운동당과 역시 우파인 북부동맹이 그 다음가는 집단으로 등장했다.
이는 2년째 계속되고 있는 부패추방운동(마니 풀리테)으로 드러난 기존 정치권의 더러운 과거를 국민이 단죄한 결과다.
특히 지난 1943년 이래 권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해온 기민당은 이번 선거로 사망선고를 받았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이 없으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기민당은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당명을 인민당으로 바꿔 새출발할 것을 다짐하고 이번에 베니스 시장 후보를 인민당 간판으로 내세웠지만 10·6% 득표라는 참담한 결과만을 낳았다.
썩어빠진, 그러나 좌우 양쪽 성향에서 볼 때 비교적 중도적 입장에 있는 기존 집권 세력 대신 이탈리아 국민은 양 극단을 택했다.
좌익민주당은 한때 서구에서 가장 강력한 골수 마르크시스트 집단이던, 몰락한 이탈리아공산당의 후신이다.
북부동맹은 공업발달로 잘 사는 북부지역이 왜 가난한데다 마피아천지인 남부를 먹여살려야 하느냐며 이탈리아를 지역연방으로 쪼개자고 주장하는 정당이다.
그런가하면 이탈리아사회운동당은 파시스트 무솔리니에 향수를 느끼는 극우 집단이다. 이들은 유태인 추방이나 인종차별, 폭력을 용인하지않고 민주절차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과거 무솔리니의 파시스트집단과는 다르지만 무솔리니에게서 이탈리아의 영광을 되새기기를 감추지않는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의 득세가 국민들이 기존 연정세력에 넌더리를 낸데 따른 반사이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제3의 참신한 중도 우파 정당이 등장한다면 극단으로 몰렸던 국민들의 표는 다시 이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있다.
그러나 새로운 제3세력의 등장은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민당이 환골탈태해서 이 역할을 맡을수 있다면 정국안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기민당은 소생불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기민당의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좌익민주당과 이탈리아사회운동당은 벌써부터 비슷한 성향의 다른 정당들을 끌어들여 내년초 있을 총선의 승리를 노리고 있다.
기존 정치권의 붕괴와 정치중심의 좌우 양극점으로의 이동은 이탈리아 정치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탈리아는 당분간 지진이라도 난듯 쩍 벌어져버린 좌우양극의 틈에서 어려운 걸음을 걸을 수 밖에 없게 됐으며 결국 내년 총선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또 한 바탕의 지진이 일 전망이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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