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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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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전하는 한국언론매체들의 보도 태도를 보면서 새삼 느낀것은 우리 언론이 아직 덜 성숙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지나치게 아전인수식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려는 경향이 그렇다. 그리고 낯이 뜨거울 정도의 자화자찬도 마찬가지이다. ◆정상회담 결과를 알려주는 TV뉴스에서는 「경제공동체」에 합의라도 한듯 자막까지 나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막상 현지에서 전하는 기자들의 보도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 경제협력체를 공동체로 바꾸는 문제에 대해선 김영삼대통령도 「전환가능성검토」라는 표현으로 조심스럽게 제기했을 뿐이다. ▦클린턴미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태지역이 흩어지지 않고 뭉쳐야 한다는데 합의했다」는 대목도 「경제통일」이란 주먹만한 활자로 과장보도했다. 경제적 통일이란 바로 공동체의 결성을 의미한다고 볼 때 엄청난 왜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각 회원국이 처한 입장을 살펴보면 통일에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것뿐이 아니다. 김대통령이 줄곧 회의를 주도했다고 신문마다 대서특필하고 떠들어대는것도 간지럽게 느껴졌다. 3가지 주제에 대해 제일 먼저 발언을 하고 정상들이 자카르타에서 내년에 다시 만날것을 제의하는등 중요한 역할을 한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주도는 의장국인 미국의 클린턴대통령 몫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회담이 끝난뒤 나오는 각국의 반응을 보면 경제적 통일이나 공동체 구성에 어려움이 많다는 비관적인 분석이 많다. 그리고 김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는 지도자들이 있는 것 같지 않다. 한국 언론만 야단법석을 떤 셈이다. 다른 회원국에서 한국신문과 방송을 보고 들었다면 뭐라고 했을까. 언론도 이제 국제화가 되어야 한다. 국제적인 감각과 양식이 결여된 보도는 웃음거리가 되고 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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