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흑인압도적 당선 가능/만델라 대통령·ANC집권 유력 백인만으로 구성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의회의 특별회기가 22일 시작됐다.
남아공의회는 3주간의 회기 동안 백인정부와 아프리카민족회의(ANC)등 21개 정파가 합의한 신헌법안과 권리장전에 대해 투표를 실시한다. 의회가 이를 승인하고 내년4월27일 다당제 총선을 치르면 남아공은 흑인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 완전히 다른 나라로 탈바꿈한다.
새헌법 1조는 남아공이「대통령제에 의한 입헌공화국」임을 명시한다. 그러나 핵심은 흑백분리 규정의 삭제다. 우선 시스케이,트랜스케이,보푸타츠와나,벤다등 4개 흑인자치지역이 폐지된다. 전국을 현재 4개 행정구역에서 9개 주로 구분하고 흑백분리지역은 영원히 없앤다.
의회는 신헌법안을 통과시키는 이번 특별회기를 마치고 자동해체된다. 내년 4월 실시되는 총선으로 구성되는 새 의회는 하원 4백명에 상원 90명으로 구성되는 양원제이다. 선거제도는 비례대표제이다. 하원의 절반은 각 정당의 지역구 후보중에서 선출하며 나머지 2백명은 전국구 대표들이다. 상원은 9개 지역에서 각 10명씩 간접선거로 선출한다. 정당별 득표수 비례로 의석수가 정해지므로 상하원 모두 흑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할 전망이다.
9개 주는 각각의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가지며 지방의회 역시 흑백구별없는 비례대표제 선거로 구성된다. 신헌법은 9개 주의 지방자치를 표방하면서도 각주의 예산은 전국에서 거두는 세수를 똑같이 나누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의 백인지역과 흑인지역의 재정편차가 워낙 심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 풀이된다.
신헌법에 의한 의회와 내각은 99년4월27일 차기총선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그러나 내각이 의회의 불신임을 받으면 대통령은 조기총선을 실시할수 있다. 내각은 대통령이 임명하나 총선에서 5%이상을 득표한 각당의 인물들을 안배하도록 신헌법은 명시하고 있다.
헌법은 군과 경찰조직의 개편도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흑인탄압에 앞장선 흑인자치지역의 방위군과 ANC등 흑인무장조직이 통합돼 흑백이 섞인 정부군이 탄생한다.
헌법상 가장 특이점은 대통령과 부통령의 성격과 선출방법이다. 신헌법에 의한 초대대통령은 하원에서 선출된다. 그러나 부통령은 하원에서 80석 이상을 차지한 다수당에서 지명한 인물이 선출된다. 만약 80석 이상의 다수당이 없을 경우에는 최다 의석보유당이 부통령을 지명한다. 초대대통령은 넬슨 만델라ANC의장이 확실시되고 다수당이 유력한 ANC가 지명한 인물이 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 백인의회는 데 클레르크대통령의 국민당이 다수당이다. 신헌법안 통과는 확실하다.
물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22일 의회가 열리자 백인시위대가 몰려와 백인통치 종식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요하네스버그 동쪽 캐틀리홍과 토코자 지역에서는 지난 주말 ANC와 완전한 흑인만의 자치를 주장하는 인카타자유당 지지자들이 충돌, 30여명이 사망했다. 흑백공존의 법적토대는 마련했지만 이제 갈등은 흑―흑, 백―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그러나 극우 백인보수파와 극좌 흑인세력의 반발에도 불구,신헌법이 3백50년 넘게 계속된 백인통치에 종지부를 찍을것은 분명하다. 대세는 굳혀졌지만 앞으로 만델라가 흑과 백을 모두 끌어안고 얼마나 잘해나가느냐에 남아공의 장래가 걸려있는듯하다.【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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