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를 단행한 정부가 뭣때문에 부동산실명제실시에 대해서는 주저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회질의등에서 부동산실명제실시를 촉구하는 질의가 나오면 정부의 답변은 천편일률적이다. 『검토하겠다』는것이다. 의례적인 답변임을 누구나 쉽게 감지할 수있다. 실제로는 실시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건설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실시되는 모든 토지거래의 전산입력이 사실상 토지실명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전국토지거래의 전산망이 가동된다해도 토지실명제에 기대되는 기능을 할 수없다고 생각한다. 토지거래전산망에는 매도·매수자의 주민등록번호등 인적사항·거래면적과 가격·지목·토지소재지등이 기록될 뿐만아니라 허가및 신고구역내에서의 거래는 취득목적까지 입력된다고한다. 전국·전가구의 토지보유및 거래상황이 일목요연하게 파악될 수 있게된것은 토지현황파악에 획기적인 진전인것은 틀림없으나 그 전산망의 기록이 소유의 진·부까지는 가려주지 못한다. 이점에서 토지실명제의 기능과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는것이다.
토지실명제는 글자 그대로 토지의 실수요자를 밝히자는것이다. 금융실명제실시이전에 금융계좌에 가·차명등 비실명계좌가 많았듯이 토지등기에도 비실명이 많다. 대법원의 판례로 「명의 신탁」이 인정되어있기 때문이다. 토지소유자가 타인과의 약정아래 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등기를 하는 경우 실명으로 등기하는것과 같이 소유권을 행사할 수있는것이다. 명의 신탁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일제때 우리나라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부동산등기때 문중땅과 같은 토지를 등기할때 편의상 문중이 선정한 개인의 이름으로 등기를 허용함으로써 부동산명의신탁제가 처음 도입된것인데 이것이 광복이후 소멸됐다가 6·25동란이후 대법원판례로써 부활된것이다.
특히 경제개발로 부동산가격이 폭등, 투기가 성행하고 이에 대해 정부의 징세활동이 강화됨에 따라 탈세 또는 신원은폐를 위해 악용된것이다. 토지등 부동산투기가 한국경제의 암적존재라는것은 실증이 됐다. 이에 따라 토지의 공개념도 도입되고 양도소득세등도 강화됐다. 그런데 지금까지 묘하게도 부동산실명제는 언급조차되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부동산실명제를 미룰 수가 없는것같다. 땅이 많은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것은 분배의 정의나 조세의 형평성으로보나 당연한것이다. 또한 부동산투기의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한것이다. 정부는 토지정책을 보존에서 이용으로 전환한다는 취지에서 그린벨트해제등 땅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놓았다. 게다가 금융실명제등으로 통화량이 대폭 늘었다. 투기의 위험성은 높다. 너무 늦기전에 부동산실명제는 실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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